중개업자 끼고 동물거래? 서울대공원 관행 바꾼다

입력
2022.04.26 15:57
본보 보도 이후 동물 반입∙반출 체계 개선 나서
시민사회와 논의기구 구성, 가이드라인 제작
침팬지 '광복이'와 '관순이' 반출 계획 답보  
동물단체 "계약 파기하고 복지 위해 힘 써야"

국제적 멸종위기종 침팬지 반출 관련 국제 인증 위반 논란(본보 3월 15, 19일, 4월 9일 자)을 일으킨 서울대공원동물 반입∙반출 체계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본보 보도 이후 동물매매 중개업체에 의존하는 관행을 깨고 복지 수준이 낮은 동물원으로 동물을 무리하게 보내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동물 반입∙반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26일 서울대공원과 동물단체들에 따르면 서울대공원과 동물단체 5곳은 최근 면담을 갖고 침팬지 '광복이'와 '관순이'의 반출 진행 상황과 동물 반출 관행 문제를 논의했다. 동물단체들은 두 침팬지의 반출 작업을 중단하고 기존 무리와의 합사 시도, 현 사육시설 개선 등을 요구했다. 또 △동물 반입∙반출 원칙 마련 △서울대공원의 종(種)관리계획 논의 △시민사회단체와 논의기구 마련 등을 촉구했다.

동물단체들은 서울대공원이 침팬지 두 마리를 보내는 반출지가 동물을 쇼와 체험에 동원하는 곳으로 반출 이후 침팬지의 재반출 가능성과 번식한 개체들의 쇼 동원 여부를 근거로 반출을 반대해 왔다.

서울대공원은 우선 시민사회단체와 동물 반출입 관련 논의기구를 만들고 동물 반입∙반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기로 했다. 서울대공원 동물기획과 관계자는 "그간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 동물 반입, 반출을 동물매매 중개업체에 의존해 왔으나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다소 걸려도 직접 동물 반출지를 찾아보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며 "시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복지 수준의 곳이 아니면 무리해서 보내지 않는 내용 등을 담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공원은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이번 침팬지 반출을 포함, 2019년 국제적 멸종위기종 알락꼬리원숭이를 체험동물원으로 보내는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 종관리계획을 통해 개체 수 조절 등의 정책도 병행할 방침이다.

침팬지 광복이와 관순이 반출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

반면 침팬지 광복이와 관순이 반출 문제아직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공원-국내 동물매매 거래업체-현지 동물매매 거래업체-현지 동물원 등 다자간 이뤄진 계약이라 파기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두 침팬지 반출은 서울대공원이 현지 반출지 검역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검역 문제로 침팬지를 반출지로 보내지 못할 경우 다른 동물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다른 침팬지와의 합사, 시설 개선 등 동물단체의 요구는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기존 침팬지와 합사는 3년 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시설 개선은 부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물단체들은 계약을 파기하고 두 침팬지의 복지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최태규 곰보금자리 대표는 "기존 침팬지들과의 합사 시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먼저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합사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출이 예정되어 있다고 해서 이들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합사가 실패한다면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교대 방사 등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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