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0.7% 성장했다. 오미크론 확산세로 쪼그라든 내수 경기를 대신해, 우리 경제의 주력인 수출이 성장을 가까스로 떠받친 결과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어 2분기 이후 한국 경제 성장률이 급격히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 분기 대비)이 0.7%로 집계됐다고 26일 발표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2.2%) 이후 7개 분기 연속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4분기(1.2%)와 비교하면 성장세는 크게 둔화됐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소비와 투자 등 내수 경기가 뒷걸음질 치며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실제 GDP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지난해 4분기 1.6%에서 1분기 -0.5%로 감소 전환했다.
기업도 투자를 줄이면서 설비투자 증가율이 -4.0%를 기록, 2019년 1분기(-8.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집행비 축소로 토목건설이 줄고, 자재비 상승 영향에 아파트 등 주거용 건설도 차질을 빚은 결과 건설투자도 2.4% 감소했다.
내수 부진 속에 우리 경제를 그나마 떠받친 건 수출이었다.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은 전 분기 대비 4.1% 증가했다. 코로나19로 꺾였던 글로벌 수요가 꾸준한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지난해 3분기(1.8%)와 4분기(5.0%)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1분기 성장률에 대한 순수출 기여도는 1.4%포인트를 기록하면서 고꾸라진 내수 기여도(-0.7%포인트)를 상쇄했다.
경제가 7분기 연속 성장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이 일등공신 역할을 하는 등 지난 4분기에 이어 우리 경제가 견조한 회복력을 다시 보여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초 이후 본격화된 대내외 악재들을 고려하면 "위기는 이제 시작"이란 목소리가 높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급등, 세계 경기 둔화 등 성장을 갉아먹을 변수들이 2분기 성장률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꺾일 경우 그나마 선방했던 수출 증가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주요 경제기관들도 줄줄이 우리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내려 잡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장기화되고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등으로 소비 및 투자 회복세가 더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내달 경제 전망 발표를 앞둔 한은도 앞서 "올해 성장률이 종전 전망치인 3.0%를 밑돌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우리 경제가 올해 연간 3.0% 성장하려면 연말까지 분기마다 0.6∼0.7%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 국면에서 억눌렸던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달러 강세와 원자재 가격 급등을 비롯한 대외 거래 악재들이 산적한 만큼, 경기 하방 압력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