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부터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법이 시행된 데 이어, 이번엔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부 법안이 확정됐다. 직접적인 범죄 피해가 발생하기 이전에라도 스토킹 행위가 있다면, 스토킹 대상과 그 가족들을 '피해자'로 보고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여성계에서는 스토킹의 정의가 너무 좁다는 등 문제점이 여전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6일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법' 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작년 4월 제정돼 같은 해 10월 시행된 스토킹 처벌법의 '후속법'이다. 가정폭력, 성폭력 등에 대해서는 처벌법(법무부)과 피해자보호법(여가부)이 분리 입법되어 있다. 스토킹 범죄는 처벌법이 먼저 되고 보호법이 뒤따라오는 모양새가 됐다. 보호법 제정이 지연되면서 피해자 보호에 허점이 발생하고, 스토킹 처벌법의 실효성까지 반감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줄이었다.
제정안의 핵심은 피해자 범위 확대다. 처벌법이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를 구분한 뒤 스토킹 범죄를 당한 사람만 피해자로 규정했다면, 보호법은 스토킹 행위의 상대자와 가족들까지 피해자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직접적 범죄 피해자뿐 아니라, 범죄 단계 전 예방적 차원에서 피해 방지 지원이 필요한 스토킹 행위에 상대방과 관련 가족들까지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지난해 3월 '노원구 세 모녀 살해 김태현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여성뿐 아니라 가족들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스토킹 신고자 또는 피해자를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과 3년 주기로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예방 교육을 시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호법 제정안에 대해 여성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처벌법 때 이미 스토킹의 개념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 등 5가지 행위로만 국한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보호법에서도 이 규정이 그대로 적용했다"며 "보호법은 피해자를 적극 지원하자는 취지인 만큼 스토킹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 피해자들이 지원 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국가가 피해자에게 법률 상담, 의료·주거·생계안정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등을 포함시켜 정부안과 별도의 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연내 입법 성사가 목표다. 한켠에서는 새 정부 출범, 여가부 존폐 논란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당선인 측도 스토킹 피해자 보호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며 "연내 국회를 통과해 신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