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논의 없다"는 민주당이 원안 대신 합의안 처리 택한 2가지 이유

입력
2022.04.26 14:00
국민의힘 검수완박 재논의 결정에 민주당 
일부 의원들 "원안 처리" 주장에도 "중재안"으로
①합의 뒤집은 국민의힘과 명분 싸움에서 앞서고
②새 정부 출범 전 마무리 하기 위한 시간 고려
"중재안 따른 정당 입장 반영" 천명한 박병석 압박 
"합의안 받을 테니 이달 국회 본회의 열자"

국민의힘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을 재논의하기로 입장을 바꿨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재논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정권 이양 전 강행 처리를 예고하고 나섰다. 다만 일부 의원들이 주장한 민주당 원안이 아닌, 지난주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했던 중재안을 처리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의장이 처리하겠다는 (검수완박 관련) 법안은 (지난주 여야 원내대표에 의해) 합의된 법안"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협상 실무자인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전날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와 인터뷰에서 "오늘 저녁부터 법사위에서 합의사항에 입각한 그 범위에서의 법안 심사와 처리 과정을 밟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명분싸움 선점한 민주당... "원안 고집 안 돼"

이는 전날 '민주당 원안대로 처리할 것'이라는 원내 일부 주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25일 국민의힘이 최고위원회에서 검수완박 관련 여야 합의안을 뒤집고 법안을 재논의하기로 결정하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중재안 파기 시 원안으로 처리하겠다"(진성준 의원)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당시 윤 위원장마저 비상대책회의에서 "즉시 (원안) 통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었다.

민주당이 합의안 통과를 목표로 삼은 건 ①명분과 ②국회 일정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명분.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주에 중재안을 여야 원내대표에게 제시하며 "중재안을 수용하는 정당의 입장에서 국회 운영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박 의장의 '명분'을 훼손하지 말아야 검수완박 관련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의장이 처리하겠다는 법안은 (여야 원내대표에 의해) 합의된 법안을 말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원안을 처리하려 한다면) 국회의장 협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원안 처리를 고집하고 있는 의원들도 "의원총회를 통한 당론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원총회 추인을 하고도 합의안을 파기한 국민의힘을 민주당이 비판하려면 원안 처리를 고집해 비판의 명분을 없애면 안 된다는 소리다.



"뱉은 말 지키셔야" ... 본회의 열쇠 쥔 박병석 압박


윤석열 정부 출범 전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국회 일정이 빡빡하다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검수완박 중재안에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이뤄진 여야 양당 간 합의가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힘을 실어줬다.

'국회에서 처리되면 5월 3일 국무회의에서의 의결은 기정사실로 보는 거냐'는 질문에 윤 위원장은 "네"라며 "검찰개혁을 주장하고 또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를 주장해 온 분들의 생각에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부패수사와 경제범죄수사가 핵심이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수사기관이 설립되면 넘기자라고 하는 것은 나름대로 합리성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수완박을 반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새 정부에서 합의안 실무 작업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아직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았고 수많은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한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는 걸 전제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박 원내대표는 27일 국회 본회의를 소집해 줄 것을 박 의장에게 요청했다. 이날 박 의장,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앞두고 "합의 파기가 공식화된 거라면 박병석 국회의장께서 결단하고 지난번 공표한 대로 행동하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던 그는 "(회동에서) 오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과정을 거쳐 내일 반드시 본회의를 소집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다시 박 의장을 압박했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