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중재안 동조 의혹 해명하려다 "그럼 국회서 뭐했나" 빈축만

입력
2022.04.25 20:00
2면
'중재안 알고 동조했나' 의심에 적극 해명
"국회서 중재안의 '중'자도 들어보지 못해"
"중재안, 검수완박 시기만 늦춰" 거듭 비판
사퇴 의사 재차 강조 "역할 많지 않을 것"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대한 여야 합의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김오수 검찰총장이 "중재안 내용을 사전에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중재안 내용을 미리 알고도 묵인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몰랐다면 여태 무엇을 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박병석 의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2019년에 논의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은) 1년 3개월 논의를 거친 점과 검찰 수사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특별법을 만드는 게 효과적이란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의장은 40분 정도 (이를) 경청했다"며 "중재안이나 여야 협의과정에 대해선 전혀 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국회의장을 만난) 다음 날 간부회의 과정에서 언론의 중재안 속보가 나와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나아가 "함께 있던 대검 간부들과 상의하고 (중재안에) 반대한다는 의사 표시로 즉시 사직서를 법무부 장관에게 제출했다"며 "중재안은 전혀 몰랐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병석 의장은 지난 22일 '검수완박' 법안의 중재안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제안했고, 양당은 이를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검찰 내에선 "총장이 이 내용을 알고도 동조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 총장이 중재안 발표 전날 박 의장을 면담한 데다, 발표 당일 오전 "국민과 국회, 여론에서 원하지 않는 권력수사는 하지 않는 게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발언해 의심을 키웠다.

김 총장은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해당 발언은) 권력수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 필요한 권력수사는 해야 하는 게 전제"라며 "수사심의위원회 대상과 신청권자를 확대하자는 취지로 얘기한 것인데 하필 중재안이 나오면서 오해가 생긴 거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중재안의 '중'자도 들어보지도 언급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의 해명에도 검사들의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총장 스스로 '나는 중재되고 있는지도 몰랐다'고 고백한 것"이라며 "국회의장과 부의장, 법제사법위원장을 만나면서 기본적인 국회 상황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총장은 이에 "무능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김 총장은 다만 중재안에 대해선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시기만 잠시 늦춘 것에 불과하므로 동의할 수 없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위헌 소지 △공직자·선거범죄 공백 및 부실처리 염려 △단일성·동일성 벗어난 수사금지 조항의 모호성 △직접수사권 폐지 결정 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설치 등 중재안의 4가지 문제점을 언급했다.

그는 사퇴 의사도 재차 강조했다. 김 총장은 사직서를 낸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지 묻는 질문에 "가장 강한 반대의사를 표시한 저로서는 역할이 많지 않을 거 같다"며 "앞으로 검찰과 대검 업무는 대검 차장이 해주실 것"이라고 답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김 총장으로부터 받은 사표를 이날 청와대로 보냈다고 밝혔다. 김 총장과 함께 사표를 낸 고검장 6명의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선 "검찰 업무에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며 "오늘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유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상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