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 탓?... '예행연습'까지 한 북한, 왜 열병식 안 했나

입력
2022.04.25 15:50
'25일 0시' 전후 열병식 불발
날씨 안 좋아 미뤘을 가능성

예상이 빗나갔다. 25일 0시 개최가 유력했던 북한의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 90주년 계기 열병식이 불발된 것이다. 한미가 그간 평양 김일성광장에 대규모 인력과 장비가 집결한 정황을 근거로 해당 시간에 역대 최대 열병식을 점쳤던 만큼, 취소 사유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여전히 열병식이 열릴 가능성은 크다고 보고 ‘연기’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를 전후로 북한의 열병식 개최 동향은 포착되지 않았다. 노동신문 등 북한 언론의 관련 보도도 없었다.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 “25일 오전 2시 15분 현재 평양에서 제트기나 불꽃놀이 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심야 열병식이 무산됐다는 뜻이다.

군과 정보당국은 자정 열병식을 기정사실로 여겼다. 북한이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을 조용히 보낸 데다, 최근 평양 미림비행장과 김일성광장 등에서 꾸준히 ‘예행연습’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동원 병력만 최대 2만여 명에 이르고 극초음속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이 자랑하는 전략ㆍ전술무기까지 죄다 선보일 것이라는, 구체적 첩보도 공개됐다.

결정을 취소한 변수로 우선 날씨가 꼽힌다. 흐린 날씨 탓에 북한 당국이 목표한 열병식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되자 결국 뜻을 접었다는 것이다. 실제 평양 등 행사 인근 지역에는 비가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심야 열병식에는 다양한 조명 장비가 동원되고 축포 발사 등이 이어진다. 따라서 높은 습도로 주요 장비가 손상되거나 기대 효과가 반감될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5년 10월 우천으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을 오전에서 당일 오후로 미룬 전례도 있다.

일각에서는 주민 피로도를 고려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북한은 태양절에 ‘청년 학생 야회’ 등 대규모 군중이 참가한 행사를 열었다. 수만 명의 주민들을 열흘도 안 돼 대거 동원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심야 열병식 자체가 드문 일이기도 하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1번의 열병식을 개최했다. 이 중 밤 늦게 진행한 열병식은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과 지난해 9월 9일 정권수립 73주년 기념, 두 차례가 전부다. 시간대를 야간으로 넓혀도 지난해 1월 14일 8차 당대회 열병식까지 3번뿐이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은 시간을 특정하지 않고 열병식을 열고 사후에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