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25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보이콧으로 파행을 겪었다. 민주당 등은 요구한 자료를 한 후보자 쪽에서 주지 않아 이대로 검증이 어려우니 일정을 조정하자며 청문회가 시작하자마자 자리를 떴다. 직접 제출도 아니고 부동산 등 관련 기관 보유 자료를 확보하려고 해도 후보자가 동의하지 않아 못 받은 경우가 30건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제출 요구 자료가 1,000건을 넘어 과거 청문회의 서너 배인 데다 오래전 별세한 부모의 부동산 거래 자료, 1970년 이후 봉급 내역 전체, 30년 전 부동산 계약서 등 무리한 요구가 많다고 반박한다. 누가 봐도 무리해 보이는 이런 자료만 내지 않았다면 시비 걸 일이 아니다.
문제는 한 후보자가 청문을 앞두고 제기된 여러 의혹 검증에 필요한 자료도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통상 분야 고위직일 때 소유 부동산을 외국계 기업에 장기임대하는 등 부동산 관련 의혹이 여러 건 제기됐다. 그런데 관련 계약서는 없고 한국부동산원의 매매 자료는 본인이 동의하지 않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고액 논란이 된 김앤장 보수 자료도 영업 비밀이라며 내놓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쪽에서 "우리가 보기에도 문제가 있다"는 말까지 나오겠나.
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청문회를 앞두고 한참 전부터 자료 제출 불성실 지적이 나왔지만 결국 당일까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개인정보나 사생활 자료라 하더라도 최대한 제출해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청문회 취지는 물론이고 총리 후보 자격에도 걸맞는다.
총리 청문회는 애초 계획대로 진행 못 하면 청문 요청 뒤 20일 안에 끝내야 한다는 국회법의 일정을 어기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대로 갈등이 커지면 장관 청문회도 지장을 초래하고 결국 국회 동의가 필수인 총리 임명도, 총리 제청이 필요한 장관 임명도 어려워질 수 있다. 한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자료를 제출하고 여야도 원만히 협의해 새 정부 출범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