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권성동 입지 흔들릴 것...윤 당선인이 너무 믿었던 것 같다"

입력
2022.04.25 16:30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중재안, 윤 당선인 입장에서 수용 못 할 내용" 
권성동 신뢰 지나쳐 합의 후 사후 보고
'윤심' 오판 "권성동 입지 흔들릴 것"

25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재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애초 이준석 대표가 이런 제안을 낸 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녹아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의 검찰개혁 중재안 재검토 입장에 윤 당선인의 의중이 녹아 있다고 해석하느냐'라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확신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 의원은 "사실상 합의안이 당내에서 파기됐다고 봐야 한다"며 "윤 당선자 입장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도 덧붙였다.



권성동 합의 때 윤 당선인 부산에... 사후 보고받아

권 원내대표가 중재안 합의 과정에서 '윤심'(尹心)을 오판했다는 해석이다. 하 의원은 "국회의장과 양 원내대표가 협상하는 시간대에 윤 당선자는 저랑 같이 있었다"며 "부산에 있었고, 그래서 협상 내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아마 당선인 입장에선 권 원내대표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믿고 맡긴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를 너무 신뢰한 나머지 윤 당선인에게 합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점심시간 이후에 사후 보고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는 추측도 덧붙였다.

그러나 공직자와 선거 수사권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경찰에 넘기는 합의안은 "윤 당선인의 도덕적 정통성을 완전히 허무는 것"이라 당선인 측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국민들이 볼 때는 공수처 만들어서 공직자 제대로 수사하는 게 없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본인이 검찰에 있을 그때는 공직자 직권남용으로 세게 다 처리했지 않나"라며 "다른 정부 공직자는 검찰이 하고 내 정부 공직자는 검찰이 하면 안 된다는 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중재안을 수용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적극 반발하고 있다. 원내대표가 의원 총회에서 추인해 합의한 중재안을 사흘 만에 뒤집어 신뢰할 수 없다는 것. '의원 총회에서 추인한 안을 최고위에서 재검토할 명분이 있냐'라는 취지의 질문에 하 의원은 "(중재안이)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았다고 하지만 의원의 절반도 안 모였다"며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나 이준석 대표, 심지어 윤 당선인 측에서도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

국민의힘 당헌상 절차적 문제도 없다고 강조했다. '의총에서 결정한 걸 최고위에서 뒤집을 수 있느냐'라는 추가 질문에 그는 "최고위에서는 의견을 낼 수가 있고, 그러면 의총을 다시 열 수 있다"며 "지금 상황이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의원들이 모여서 충분히 논의하고, 저 같은 경우에도 만약에 이 법안이 올라오면 도저히 반대할 수밖에 없는 그런 내용"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22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검찰개혁 중재안에 합의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가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부패와 경제범죄만 한시적으로 남기고 나머지 수사권은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중재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24일 국민적 우려를 이유로 중재안 수용 여부를 최고위에서 재논의하겠며 급제동에 나섰다. 최고위 논의 후 권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중재안이 미흡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장제원 "검수완박은 헌법 위배... 윤 당선인 생각 변함없어"


하 의원은 중재안 재검토 이후 권 원내대표의 입지에 대해 "상당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권 원내대표가 협치를 중시했기 때문에 가급적 타협안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그 점은 평가하고 싶은데, 이번 사안은 국가 기틀을 재구성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검수완박 중재안 관련 국민의힘의 입장 번복은 인사청문회 정국과 맞물려 여야 충돌이 예상된다.

한편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막 기자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헌법정신을 크게 위배하는 것이고, 국가나 정부가 헌법정신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검찰총장 사퇴할 때 말씀하신 것과 (윤석열 당선인의) 생각이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합의안 재검토가 '윤심'에서 비롯됐다는 하 의원의 해석에 힘이 실리는 셈.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하면서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고 주장했었다. 장 실장은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가 국민들이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의석수가 안 돼 어렵지만 국민들의 뜻과 우려를 잘 받들어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윤 당선인이 권 원내대표나 이 대표와 통화나 연락을 했느냐는 물음에 그는 "특별히 그 문제로 교감 안 하신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