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가 공식 트위터에 러시아 비판 영상을 올리면서 파시즘을 상징하는 인물로 히틀러, 무솔리니와 함께 히로히토 일왕의 사진을 올렸다가 일본 측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삭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트위터를 통해 사과했지만 “배신 당했다”며 분노하는 일본인의 트윗이 잇따랐다. “서구는 쇼와 천황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 “미국 맥아더 장군이 그의 성품을 칭찬했다”며 히로히토를 찬양하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25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달 초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 중 히로히토 일왕의 사진이 삽입된 데 대해 일본 네티즌 등으로부터 비판이 나오자 전날 동영상에서 얼굴을 삭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전 버전의 영상에서 실수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우리는 일본의 우호적인 사람들을 불쾌하게 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새로 올린 영상에서 우리는 실수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올린 동영상(바로보기)은 ‘러시아’와 ‘파시즘’을 합성한 ‘러시즘(ruscism)’이란 용어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독재적 정치와 차별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1분 11~14초 사이에 나오는데 “파시즘과 나치즘은 1954년에 패배했다”는 문구와 함께 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리더로서 각각 히틀러, 무솔리니, 히로히토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다.
이 동영상이 올라온 것은 4월 1일이었으나, 뒤늦게 발견한 일본 네티즌들이 “쇼와 천황을 히틀러와 동일시했다”고 항의하면서 23일부터 일본 인터넷상에 확산됐다. 네티즌들은 “배신당했다” “우크라이나 지지를 철회하겠다” 등의 트윗을 올리고, “천황은 일본의 정치·군사 지도자가 아니라 정신적 지도자다”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쇼와 천황은 전후(戰後)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며 “맥아더 장군이 그의 인격을 칭찬했다”는 등의 글을 다수 올렸다.
우익 성향의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도 24일 트위터에 “일본 외무성에 대응을 요청했다”고 밝힌 후 내용이 수정되자 “우크라이나 정부에 항의해 삭제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