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 인플레이션이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 충격이 임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금 상승이 물가를 추가로 밀어올리는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중앙은행의 기대인플레이션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최근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노동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이차 효과(secondary effect)'가 발생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한은이 임금과 물가 간 상호 전가효과를 확인해 본 결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포인트 오를 경우, 임금 상승률은 1년(4분기) 이후부터 높아지기 시작했다. 4분기란 시차가 발생하는 배경은 통상 1년 단위의 임금 협상 관행과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란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이어진 급격한 물가 상승세가 올 하반기 이후 임금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물가상승률에 대한 경제주체의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임금도 1%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3%대를 이어오다, 지난달 4.1%를 기록해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임금 상승 충격이 발생하면 약 1년 반(6분기)이란 시차를 두고 개인서비스(외식 제외)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개인서비스의 경우 노동비용이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란 게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상품 및 기타서비스(집세, 공공서비스, 외식) 물가는 유의미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은은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물가 추가 상승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보고서를 쓴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차 효과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