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급등한 물가, 올 하반기부터 임금 밀어올린다"

입력
2022.04.25 15:00
"소비자물가 상승률 1%p 오를 때
4분기 이후 임금 상승률 높아져"
기대인플레이션 관리 목소리

전방위적 인플레이션이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 충격이 임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금 상승이 물가를 추가로 밀어올리는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중앙은행의 기대인플레이션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최근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노동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이차 효과(secondary effect)'가 발생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한은이 임금과 물가 간 상호 전가효과를 확인해 본 결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포인트 오를 경우, 임금 상승률은 1년(4분기) 이후부터 높아지기 시작했다. 4분기란 시차가 발생하는 배경은 통상 1년 단위의 임금 협상 관행과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란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이어진 급격한 물가 상승세가 올 하반기 이후 임금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물가상승률에 대한 경제주체의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임금도 1%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3%대를 이어오다, 지난달 4.1%를 기록해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임금 상승 충격이 발생하면 약 1년 반(6분기)이란 시차를 두고 개인서비스(외식 제외)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개인서비스의 경우 노동비용이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란 게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상품 및 기타서비스(집세, 공공서비스, 외식) 물가는 유의미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은은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물가 추가 상승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보고서를 쓴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차 효과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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