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국방 우크라 방문 후 대사관 문 다시 열기로...“우크라, 푸틴보다 오래갈 것”

입력
2022.04.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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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관 내주부터 우크라 현지 복귀
슬로바키아 대사 우크라 대사 지명 예정
젤렌스키, 블링컨 24일 회동 전격 공개


미국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사관 문을 다시 열기 위해 외교관을 점진적으로 복귀시키겠다고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ㆍ로이드 오스틴 국무ㆍ국방장관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 직후 브리핑을 통해서다.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 최고위급 인사의 첫 현지 방문에 맞춰 무기 지원 발표와 함께 외교 메시지로 힘을 더한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국무부 및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기차를 타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던 두 장관이 폴란드로 빠져나온 뒤 브리핑을 갖고 미 외교관들이 이번 주부터 우크라이나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이 외교관들은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대사관 업무 재개를 준비한 뒤 키이우에 대사관 문을 곧 다시 연다고 WP는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권보다 오래갈 것”이라며 “러시아는 전쟁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성공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브리짓 브링크 슬로바키아 주재 미국대사를 우크라이나 신임 대사로 지명한다는 사실도 전했다. 미국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시 현직이었던 마리 요바노비치 대사를 경질한 이후 대사 없이 대사관을 운영해왔다. 그러다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거세진 지난 2월 14일 키이우 주재 대사관을 폐쇄했다.

이번 대사관 업무 재개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돈바스ㆍ마리우폴을 중심으로 러시아의 공세가 거세진 전쟁 상황에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지 의지를 재확인한 결정이다. 미국은 또 최근 2주 사이 16억 달러(약 2조 원) 상당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155㎜ 곡사포와 드론 등이 포함됐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24일 밤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블링컨ㆍ오스틴 국무ㆍ국방장관을 만나 회담을 진행 중이라고 우크라이나TV가 보도했다. 또 미국이 비밀리에 추진했던 블링컨ㆍ오스틴 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리 공개하기도 했다. NYT는 두 장관이 비밀리에 소수 참모들과 함께 눈에 띄지 않는 공군 화물기를 타고 폴란드로 가던 중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표로 방문 사실이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편 두 장관이 키이우를 기차로 방문하고 돌아오던 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중부와 서부 기차역 5곳을 폭격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특히 르비우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크라스네 지역 열차 시설도 공격을 당했다. 1시간 동안 이어진 미사일 공격으로 사상자도 발생했고 최소 16대의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NYT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같은 다른 전쟁 지역에 대한 미국 고위 관계자의 이전 방문은 일반적으로 그 관리가 그 나라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발표되지 않았다”라고 소개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지난 9일 우크라이나 방문 역시 사전에 소문은 돌았지만 키이우에 나타날 때까지 방문 자체에 대한 보도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 “우리는 단지 선물이나 일종의 케이크만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것과 구체적인 무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미국을 압박했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방공시스템과 최신형 전투기 등의 추가 지원을 요구해왔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