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외교팀은 아직 '영업 개시' 전이지만, 벌써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에 들어간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에 뒤이어 바로 개최될 전례 없이 빠른 한미정상회담 준비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팀은 과거 행정부 인사들이 대거 '리사이클'되어 신선감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과거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손님치레는 무난하게 치를 것이다.
문제는 "과연 뭣이 중헌디"이다. 즉, 한미정상회담의 성격과 의미부터 바르게 설정해야 할 것이다.
첫째, 큰 성과에 과욕 부리지 말고 간단하지만 명료한 메시지에 선택과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석열 당선인의 외교 공약을 구글에서 검색해봤더니 '한미동맹'이 가장 많이 나왔다. 그렇다면 한미동맹 강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진 한 장으로도 이번 정상회담은 '임무 완성'이다. 그것은 두 정상이 러브샷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얼큰한 표정으로 어깨동무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입심 좋은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좋은 친구'(buddy)라고 한마디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으로 향후 한미 관계 5년 방향의 멍석은 깔리게 된다. 지금은 새로운 씨를 뿌리는 단계지, 성과를 보여주는 단계가 아니다.
둘째, 실무진이 협의해야 할 의제와 정상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를 구분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핵 문제, 쿼드, 확장억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한미연합훈련, 대북 제재 등 한미 간 현안은 굵직하다. 실무진 차원에서도 아직 구체화하지 못한 현안도 많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40년 만에 치솟은 인플레이션, 올가을 중간선거 등 산적한 현안에 이미 두 손이 묶여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아마도 한국으로 날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 의제를 처음으로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그는 올해 80세 고령이고 태평양을 넘는 장시간 비행은 적지 않은 신체적 부담이다. 그가 다뤄야 할 의제는 핵심 위주로 간결, 명료할수록 좋다.
셋째, 한국은 정상 간 논의에서 어떤 카드를 던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첫 상견례는 신뢰 형성(confidence building)에 중점을 둬야겠지만, 정상회담은 역시 좋은 기회다.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수도 있고, 향후의 화두를 던져도 좋다. 수출품 관세 혜택이 될 수도 있고 취업비자 확대일 수도 있다. 막연한 한미동맹 강화가 아니라, 그것이 일반 한국민들에게 무엇이 좋은지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올해 미국은 한국인 전문직 미국취업비자(E4)를 처음으로 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참에 한국 젊은이들이 미국에서 워킹홀리데이 기회를 갖게 할 수 있다면 더 좋다. 한국 대학생의 미국 인턴비자(J1) 기회도 절차적 까다로움을 줄일 수 있다. 미국과 영국, 호주의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에 한국 방산기업의 참여도 타진해볼 수 있다. 미국 아태지역 국방자산 부품·정비 공장의 한국 유치도 좋다.
넷째, 미국 측 수행원과 젊은 실무 보좌관들을 잘 챙겨 주는 것이다. 의외로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다. 한국인들은 고위층에는 깍듯하게 대해도 젊은 외교 실무진과 보좌관들에게는 홀대한다는 잘못된 인상을 주는 경우가 있다. 현재 미국 정부 고위층에는 과거 미국 정부와 의회 보좌관과 인턴 출신들이 많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래 지한파에 대한 투자라 생각하고 잘 대접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