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성을 다음 우주탐사 후보로 제안하는 미국 국립과학원의 '행성과학 10년 계획'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과거에도 이 보고서대로 행성탐사를 진행해 왔다.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1986년 보이저 2호의 천왕성 첫 방문 이후 약 45년 만에 천왕성 탐사가 실현되는 것이다.
미국 국립과학원은 10년마다 행성과학과 우주탐사 분야에서 우선순위를 제안하는 보고서를 공개한다. 우주 임무를 수행하는 데 오랜 시간과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 만큼 과학자들은 엄격한 절차와 신중한 논의를 거쳐 추천 순위를 결정한다.
과학자들은 천왕성 주위를 도는 궤도선과 대기로 내려가는 탐사선을 요청했다. 보이저 2호의 천왕성 대기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천왕성이 암석과 얼음, 수소와 헬륨 등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과, 많은 위성들과 고리들도 발견했다. 스페이스X의 대형 발사체 '팰컨 헤비'를 활용하면 탐사선을 천왕성까지 보낼 수 있을 것이고, 자금 투입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2031년이면 탐사선 발사가 가능할 것이다.
2011년에 발표된 지난번 보고서에서는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한 탐사선과 △목성의 얼음 위성인 유로파를 연구하는 탐사선을 최우선 순위로 제안했다. 이 제안대로 NASA는 화성 탐사 로버인 '퍼서비어런스'를 지난해 2월 화성에 실제로 착륙시켰다. 유로파를 탐사하는 '유로파 클리퍼'도 개발이 진행돼, 2024년 10월에 발사 예정이다. 천왕성 탐사는 2011년 발표 당시에는 세 번째 순위였다.
이번 보고서에는 천왕성 다음으로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를 추천했다. 엔셀라두스는 물, 메탄, 암모니아 등을 액체 상태로 분출하는 얼음 화산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셀라두스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 때문이다. 엔셀라두스에는 남극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수증기 기둥을 분출하는 표면 밑 대양이 있다. 실제로 토성의 고리 일부가 바로 이 수증기로 이뤄져 있다.
천왕성은 거대 얼음 행성으로 목성이나 토성에 비하면 훨씬 작지만 지구보다는 훨씬 크다. 천왕성의 표면적은 지구 표면적의 16배나 되며 반지름은 2만5,559㎞나 된다. 천왕성의 특이한 점은 자전축이 97도나 기울어져 있어서, 양극이 태양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왕성은 84년에 걸쳐 태양 주위를 돌기 때문에 양쪽 극지방은 42년 동안 낮이었다가, 다음 42년 동안은 밤이 된다. 천왕성은 비교적 질량이 작기 때문에 대기권 상층부에서 탈출속도가 지구 탈출속도와 거의 같으며, 목성 탈출 속도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대기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고 풍속이 느리고, 주요 자원은 헬륨3와 질소이다. 헬륨3는 핵융합의 주요 에너지원이다. 전 세계가 달에 매장돼 있는 풍부한 헬륨3를 기대하면서 달 탐사 제2라운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태양풍이 품고 있는 헬륨3는 지구에는 거의 도달하지 못하지만, 달과 천왕성에는 존재하고 있다.
천왕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천체 중 하나'로 규정되고, 2023~2032년에 탐사에 착수할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또한 천왕성의 매우 낮은 내부 에너지, 활발한 대기 역학, 복잡한 자기장을 풀어야 할 주요 과학 임무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서 천왕성의 생성과 거의 누워 있는 자세로 태양을 공전하는 이유, 많은 고리와 위성의 생성 비밀 등을 알아낼 것이다. 이 미션이 실현된다면, 우리는 파랗게 빛나는 천왕성의 신비로운 얼굴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오랫동안 들여다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