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 '친서' 들고 日 찾은 대표단... '최악' 한일관계 개선 물꼬 틀까

입력
2022.04.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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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등 한일 과거사 문제 간극 커
기시다 면담 주목... 尹 취임식 참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일관계 복원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24일 특사 격인 ‘한일정책협의 대표단’이 일본을 찾으면서 역대 최악으로 치달은 양국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관계 악화의 주범이자 최대 난제인 ‘과거사’ 해법의 단초를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단장으로 한 한일정책협의 대표단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해 일본에 도착했다. 정 단장은 출국에 앞서 “새로운 한일관계의 첫 단추를 끼우는 심정”이라며 “장기간 방치돼온 한일관계를 조속히 개선ㆍ복원하기 위해서, 또 양국의 공동 이익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당선인의 뜻을 전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 대표단이 첫 일정으로 2001년 일본인을 구하려다가 열차에 치여 숨진 고 이수현씨를 추모한 것도 관계 복원의 절실함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다.

윤 당선인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목표로 과거사와 주요 현안을 함께 해결하는 ‘포괄적 타결’을 방법론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언급하기엔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 등 과거사를 둘러싼 양국의 간극이 너무 크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로 모든 구원이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최근 외교청서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을 반복하고 의원들이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하는가 하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까지 공물을 봉납하는 등 일본의 과거사 미화는 외려 노골화하고 있다. 관계 정상화에 매달려 자칫 일본 측에 과거사 이슈 주도권을 내줬다간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는 것은 물론,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6ㆍ1 지방선거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윤 당선인으로서도 접점 모색이 쉽지 않다.

대표단은 기시다 총리와의 만남을 ‘지렛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27일 기시다 총리와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자리에서 과거사 문제와 더불어 북한의 도발, 한미일 공조 방안 등 다양한 역내 의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단은 특히 윤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해 차기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부각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는 2020년 3월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입국 제한 조치 이후 뜸해진 ‘인적 왕래’를 정상화하는 등 비정치적 영역을 중심으로 협상의 기회를 엿볼 계획이다.

내달 10일 열리는 윤 당선인 취임식에 기시다 총리의 참석을 요청할 수도 있다.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성사될 경우 한일정상회담으로 자연스레 이어져 2019년 12월이 마지막이었던 최고위급 소통을 재개하는 물꼬를 트게 된다.

다만 과거사 문제를 두고 양국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 당장 큰 기대를 갖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관계 복원을 대하는 한일 양국의 셈법과 타이밍이 일치하지 않는 상태”라며 “대표단의 방일은 실질적 소통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