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창신동 모자 비극, 비현실적 복지 기준 개선해야

입력
2022.04.25 04:30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오래된 주택에서 병과 가난에 시달리던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숨진 지 한 달여가 지나 발견되는 비극이 발생했다. 20일 발견된 이들 모자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두 차례나 생계급여 신청을 했으나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낡은 주택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탈락한 것이다. 모자는 수도요금과 TV 시청료가 몇 달째 연체될 정도였지만 재산기준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도 탈락했다. 2019년 탈북자 모자 아사 사건, 2020년 방배동 모자 사건 등 복지사각지대의 현실이 드러날 때마다 당국은 제도 개선을 공언했지만 허점은 여전한 셈이다.

이 모자의 집 안은 쓰레기로 가득했고 각종 고지서와 독촉장이 쌓여 있었다고 한다. 실제 수입은 노모의 연금과 수당 등 50만~60만 원에 불과해 쌀도 외상으로 살 정도였지만 생계급여 산정 기준상 낡은 주택이 소득인정액 260만 원으로 환산되는 바람에 생계급여 기준(97만 원ㆍ2인 기준)을 훌쩍 넘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다양한 욕구에 맞춰 맞춤형으로 바꾸면서 한때 130만 명에 불과했던 수급자는 2019년 18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가혹한 재산기준 때문에 이들 모자처럼 소득이 낮아도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도 증가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수급자 선정 기준으로 환산하지 않는 주택 기본재산액을 11년 동안 묶어두다 지난 2020년 소폭 올렸을 따름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소득이 생계급여 기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재산 때문에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가구가 27만 가구나 된다고 한다. 의료급여를 제외하고 부양의무자 제도가 폐지되는 등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허점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창신동 모자의 비극은 여전히 빈곤층에는 문턱이 너무 높은 복지제도의 현실을 보여준다. 실질적 빈곤층을 절망에 빠뜨리지 않을 촘촘한 제도 개선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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