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합의로 여야 간 극한 대립은 멈췄으나 검찰의 집단 반발을 포함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도 중재안에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검수완박 중재안에 우려를 표명한 터라 중재안에 사인한 원내 지도부가 인수위, 당 대표, 새 정부 법무부 수장 등의 비판에 둘러싸인 상황에 처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두 건의 글을 올려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에 대해 사과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하나라도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더 축소하지 않으면 원안 통과밖에 없다'는 민주당의 강력한 요구를 이겨낼 수 없었다"며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썼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을 결사 반대해오다, 지난 22일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중 '부패·경제'만 한시적으로 남기고 나머지를 삭제하는 중재안에 전격 합의한 것에 당 안팎의 비판이 컸기 때문이다. 선거와 공직자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서 여야가 야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게시판에는 사흘째 '중재안 합의 파기'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날 이준석 대표까지 "(중재안에)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 추진은 무리"라며 "내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위원장은 "정치인들이 스스로 검찰 수사 대상에서 정치인을 제외하는 것은 이해상충"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한 후보자는 전날 "검수완박 중재안은 수사권 개정의 문제점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에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는 여전하다. 검수완박 입법의 대표적인 강경파인 박주민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실질적으로 제가 생각하고 추진해왔던 검찰개혁과는 매우 다른 중재안"이라고 지적했다.
여론뿐 아니라 각 당 내 비판이 적지 않은 만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위한 후속 입법을 논의하는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검수완박의 또 다른 전장(戰場)이 될 전망이다. 중재안에 따르면, 여야는 조만간 사개특위를 구성해 '한국형 FBI'로 불리는 중수청 설치 관련 논의를 시작한다. 중수청은 사개특위 구성 후 6개월 내 입법을 마무리하고, 입법 조치 후 1년 이내 발족한다.
특히 검찰의 수사권한 중 부패와 경제 범죄를 담당하는 중수청의 관할 및 중수청장 임명권 등을 두고 대립을 벌일 수 있다. 민주당이 발의한 중수청 관련 법안에는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최측근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했다는 점에서 이를 두고 이견이 분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밖에 △현직 검사의 중수청 파견 △중수청에 대한 견제 방안 등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중수청 설치 입법 논의가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넘어가는 점도 긴장을 높이는 지점이다. 사개특위와 법사위, 본회의를 거처야 하는 과정에서 여야 합의가 불발된다면 민주당은 171석의 의석 수를 활용해 단독 처리할 수 있다. 다만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고,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다음 달 취임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윤 당선인이 이날 배현진 대변인을 통해 "일련의 과정들을 국민들이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잘 듣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힌 것은 향후 중수청 설치 입법 논의 과정을 보다 세세하게 챙기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에 민주당 이수진(비례)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이 벌써 여야 합의 내용을 파기하기 위한 밑자락을 깔고 있지 않은지 우려스럽다"며 견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