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중재안 마련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검사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검수완박' 입법 추진과 법안 발의, 여야 합의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윤 당선인이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위기를 사실상 방관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일각에선 검사 경력을 바탕으로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으면서, 정작 '친정' 문제에는 나 몰라라 하는 태도에 격분하기도 했다.
검사들은 '검수완박' 논의에 거리두기로 일관하는 윤 당선인에게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로부터 중재안 내용에 대해 미리 전해 들었을 텐데, 이를 묵인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이 더 이상 검찰이 아니게 됐는데, 윤 당선인의 속내는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섭섭해했다. 검찰이 지난 8일 전국 고검장회의를 열며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대응하려고 발벗고 나선 날에도 윤 당선인은 "나는 검사 그만둔 지 오래된 사람이고, 형사사법제도는 법무부하고 검찰하고 하면 된다”며 선을 그었다. 검사들이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검수완박'과 관련해 윤 당선인의 입장을 계속 촉구한 것도 방관하는 듯한 태도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24일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을 통해 "(여야의 검수완박 합의 등) 일련의 과정들을 국민들이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잘 듣고 지켜보고 있다"며 처음으로 입장을 드러냈지만, 속시원한 답변이 아니란 반응이 많았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방안을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언급한 윤 당선인이 오늘날 검찰이 처한 상황에 기여한 것이 없겠냐"며 "지금이라도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명확히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검사들 사이에선 윤 당선인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포함시킨 '검수완박' 법안을 기정사실화하고 그에 맞는 검찰 인사와 대응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윤 당선인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에 측근을 앉힌 이유가 뭐겠냐"며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실질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내다봤다.
윤 당선인이 직접 강성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우회 전략을 취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위 검수완박 논의가 우리 당의 의원총회에서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추진은 무리"라며 “내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안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