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윤 당선인, 친정 사라지는데 보고만 있나" 검수완박 목전에 성토

입력
2022.04.2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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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우려와 과정 지켜보고 있다" 첫 반응에도
"속내 모르겠다" "거리두기 일관 배신감" 불만

여야의 중재안 마련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검사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검수완박' 입법 추진과 법안 발의, 여야 합의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윤 당선인이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위기를 사실상 방관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일각에선 검사 경력을 바탕으로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으면서, 정작 '친정' 문제에는 나 몰라라 하는 태도에 격분하기도 했다.

"검사 먹물 뺀다고 검찰 자체를 부정하나"

검사들은 '검수완박' 논의에 거리두기로 일관하는 윤 당선인에게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로부터 중재안 내용에 대해 미리 전해 들었을 텐데, 이를 묵인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이 더 이상 검찰이 아니게 됐는데, 윤 당선인의 속내는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섭섭해했다. 검찰이 지난 8일 전국 고검장회의를 열며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대응하려고 발벗고 나선 날에도 윤 당선인은 "나는 검사 그만둔 지 오래된 사람이고, 형사사법제도는 법무부하고 검찰하고 하면 된다”며 선을 그었다. 검사들이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검수완박'과 관련해 윤 당선인의 입장을 계속 촉구한 것도 방관하는 듯한 태도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24일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을 통해 "(여야의 검수완박 합의 등) 일련의 과정들을 국민들이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잘 듣고 지켜보고 있다"며 처음으로 입장을 드러냈지만, 속시원한 답변이 아니란 반응이 많았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방안을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언급한 윤 당선인이 오늘날 검찰이 처한 상황에 기여한 것이 없겠냐"며 "지금이라도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명확히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검수완박 받아들이고 대응책 마련 중이란 분석도

일부 검사들 사이에선 윤 당선인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포함시킨 '검수완박' 법안을 기정사실화하고 그에 맞는 검찰 인사와 대응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윤 당선인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에 측근을 앉힌 이유가 뭐겠냐"며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실질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내다봤다.

윤 당선인이 직접 강성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우회 전략을 취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위 검수완박 논의가 우리 당의 의원총회에서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추진은 무리"라며 “내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안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