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끝나더라도, 높은 원자재 가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빠른 경기 회복과 탄소중립 강화 등에 따른 구조적 수급불균형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24일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를 통해 "국제 원자재 가격은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나타난 수급불균형, 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제원유의 배럴당 가격은 지난달부터 일제히 100달러를 돌파해, 1년 전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에너지뿐만 아니라 비철금속·곡물 등 비(非)에너지 원자재 가격 또한 급등세다.
한은은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의 시발점으로 '탄소중립정책'을 지목했다. 주요국의 탄소중립 정책 강화로 원유생산 투자가 줄면서 공급이 부족해지고, 결국 유가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라 사용량이 늘어난 알루미늄·니켈 등 비철금속 가격은 물론, 농기계 연료 비용 상승으로 곡물 가격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우크라이나 사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가뜩이나 원자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러시아산 원자재 공급 축소는 국제유가를 비롯한 전체 원자재 가격을 뛰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실제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자재 가격은 △니켈(33%) △밀(25.2%) △원유(15.4%) 등 에너지와 비(非)에너지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급등했다.
더 큰 문제는 우크라 사태가 끝나더라도 장기간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요국의 탄소중립정책으로 유가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철금속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사태 종식은 단기적으로 원자재 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구조적 수급불균형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며 "높은 원자재 가격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