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0시.
북한의 역대 최대 규모 ‘심야 열병식’ 개최가 임박했다.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앞두고 엄청난 병력과 새 무기체계를 동원해 막바지 준비 작업에 들어간 동향이 포착된 것이다.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각종 무기체계를 최대한 많이 선보이며 한미에 맞서 군사력을 뽐낼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북한이 25일 0시를 전후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열병식에 2만 명가량의 병력을 동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전인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00주년 열병식에 차출된 병력이 1만5,000명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하게 된다. 예행 연습에 동원된 장비만 250여 대로 파악됐는데, 북한이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ICBM ‘화성-17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이색 행사’ 조짐도 관측됐다. 열병식이 열릴 김일성광장 앞에서 대동강을 가로질러 맞은편 주체탑이 있는 광장까지를 연결하는 ‘부교’ 2개가 만들어진 것이다. 열병식 때 대동강 부교가 설치된 건 처음이다. 행사 인원과 장비가 이 부교를 거쳐 김일성광장으로 행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광장 안에 악단 연주 부스와 대형스크린 등이 갖춰지는 등 화려한 볼거리로 주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의도가 역력하다.
진일보한 군사력 과시와 내부 결속,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북한 당국의 노림수가 이번 열병식에 담겨 있다는 평가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열병식 자체를 국가적 축제로 포장할 것”이라며 “각종 어려움에도 ‘북한은 건재하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셈법”이라고 분석했다.
축하 분위기는 이미 예열됐다. 북한은 전날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을 기념하는 중앙연구토론회를 진행했다. 오일정 노동당 군정지도부장과 주창일 당 선전선동부장 등 고위 간부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김일성 주석의 항일운동을 다룬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상영주간 역시 평양국제영화회관에서 개막했다. 이밖에 빨치산 창설일을 기념하는 중앙미술전시회와 노동자들의 시ㆍ노래 모임 등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