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 바람은 거셌다. 그러나 대세까지 꺾지는 못했다.
23일 국민의힘 6·1 지방선거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경선 결과, 홍준표 의원이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여론조사상 1위를 달렸던 홍 의원은 윤 당선인과 인연을 강조한 김재원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원사격을 받은 유영하 변호사의 추격을 물리치고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강원지사 후보로는 공천배제(컷오프) 결정을 뒤집고 경선에 오른 김진태 전 의원이 선출됐다. 윤 당선인의 대선후보 시절 TV토론팀 단장을 맡아 '윤심' 논란이 제기됐던 황상무 전 앵커는 탈락했다.
대구시장 경선은 이른바 '박심'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가늠할 시험대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유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아 공개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경쟁에 가장 늦게 뛰어든 유 변호사가 경선후보로 선출된다면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부활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홍 의원은 현역의원 출마 및 무소속 출마 이력에 따른 10%포인트 감산에도 불구하고 49.45%로 여유 있게 1위를 차지했다. 홍 의원은 50%씩 반영되는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투표 모두 1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의 대중적 인지도와 경륜 등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이 이른바 박심과 윤심을 압도했다는 얘기다. 김 전 최고위원이 26.43%로 2위를 기록했고, 유 변호사는 18.62%로 3위에 그쳤다.
강원지사 경선에서도 윤심은 결정타가 되지 못했다. 공천 컷오프 논란까지 일었던 김 전 의원은 58.29%를 기록해 '윤심'을 앞세운 황 전 앵커(45.88%)를 제쳤다.
당초 공천관리위원회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 등을 일으킨 김 전 의원을 컷오프하고 황 전 앵커를 단수 공천한 바 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 후보를 배제한 것을 두고 '윤심'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나왔고, 김 전 의원이 단식투쟁까지 벌이면서 두 사람을 경선에 부치기로 결정을 번복했다. 어렵사리 다시 기회를 얻은 김 전 의원은 여론조사대로 1위를 확정지었다.
이 같은 경선 결과는 '윤심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았던 경기지사 후보(김은혜 의원), 충남지사 후보(김태흠 의원)·충북지사 후보(김영환 전 의원) 경선 결과와 결이 달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선 승리자들은 모두 기존 여론조사에서도 선두를 형성하고 있었다"며 "윤심이 후보의 강점이 될 수는 있어도 결국 당락을 가른 건 후보 자체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