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황우석, 대통령상·3억 상금 취소 안 돼" 왜?

입력
2022.04.24 14:20
정부, 배아줄기세포 연구 황우석에 대통령상 수여
이후 줄기세포 연구 거짓으로 드러나... 수상 취소
황우석 손 들어준 법원 "의견 제출 기회 없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2004년 배아줄기세포 연구로 받은 대통령상을 취소해선 안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연구가 거짓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정부가 대통령상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황 전 교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이상훈)는 최근 황 전 교수가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표창 취소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황 전 교수는 2004년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고 추출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업적으로 대통령상인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과 상금 3억 원을 받았다. 황 전 교수는 이 연구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을 뿐 아니라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의 희망으로 떠올라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황 전 교수의 업적은 사기극이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난자를 제공했던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의 폭로와 MBC 'PD수첩' 등의 취재로 이듬해 논문 조작이 밝혀졌고 황 전 교수는 2006년 4월 서울대에서 파면됐다. 정부는 2006년 황 전 교수의 '최고 과학자 지위'를 철회한 데 이어 2020년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까지 취소했다.

황 전 교수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수상을 취소할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상금은 사비를 더해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전액 기부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법원은 황 전 교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취소 결정은 황 전 교수의 권리를 제한하는 처분이므로 황 전 교수에게 사전에 통지하고 의견 제출 기회를 줘야 하지만, 그와 같은 기회를 주거나 통지한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상금 환수에 대해서도 "황 전 교수가 입게 될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표창을 취소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표창이 유지되는 경우 무자격자인 황 전 교수에게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이라는 명예가 주어지는 것으로 상훈의 영예가 땅에 떨어진다"며 "황 전 교수가 수상 당시 (조작을 알고 있었음에도) 침묵했기 때문에 귀책사유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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