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하지만 강직했습니다. 농담도 좋아하고 따뜻한 사람이지만 맞서 싸울 땐 누구보다도 단호하게 앞장선 분이죠."(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
군사독재 시절 시국 사범들을 변호했던 한승헌 변호사가 별세한 지 이틀째인 22일에도 각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사회계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시대의 귀감이 된 인물'이라고 고인을 평가했다.
조문객들은 감사원장을 역임한 고인에게 배워야 할 교훈을 되새겼다. 오후 빈소를 찾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고인은 평소 선비처럼 올곧지만 유연성도 갖추셨다"며 "복잡하고 자기주장 강한 우리 사회에서 본받을 면이 많은 분이라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고인은 민주화 운동의 선구자인 동시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고인과 인연을 맺은 법조계 인사들의 조문도 잇따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고인은 우리나라 인권의 시작점에서 옥고를 치르시는 등 큰 희생을 하셨다"며 "미래 정의와 사법체계 신장에 기여하신 만큼 우리 시대 표상이 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또한 "감사원 대선배이신 고인을 존경해왔다"며 "감사원장 시절 역대 감사원장을 모신 자리에서 고인은 후배들에게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으셨다"고 회고했다.
군사독재 시절 고인과 함께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이들도 빈소를 찾았다. 오전 빈소를 방문한 한완상 교수(전 교육부총리)는 "한승헌 변호사는 강직하지만 부드러운 사람이었다"며 "독재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할 땐 누구보다도 강하게 동지들을 이끌어주셨다"고 추억했다.
남궁진 김대중 평화센터 이사(전 문화관광부 장관)는 "유능한 법조인으로서 평안한 일생을 보낼 수 있는데도 민주주의를 위해 가시밭길을 걸어오신 분"이라며 "유머도 풍부하셔서 군부 독재에 억눌려 긴장한 우리를 어루만져주시곤 했다"고 존경을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등은 전날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