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0일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의 첫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부동산 관련 의혹들이 대거 제기되면서 부동산 투기 등 검증 잣대 자체가 아예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농지 투기 의혹과 더불어 강남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 등도 불거진 상황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각각 농지 투기 및 증여세 회피 의혹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후보자의 서초구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해 "해명은 아주 쉽다. 1억 원을 어머니한테 갚았다는 통장만 보여주면 되는데, 이걸 청문회까지 가서 해명하겠다는 게 의혹을 키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1998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신축 아파트를 정모씨로부터 사들였다. 문제는 집주인이던 정씨가 같은 해 2월 이 아파트를 담보로 한 후보자의 어머니에게 1억 원을 빌렸는데, 한 달 만에 한 후보자가 정씨로부터 해당 아파트를 사들인 점이다. 결국 한 후보자가 정씨 대신 어머니에게 1억 원을 갚아야 했다는 의미다. 만약 한 후보자가 어머니에게 이 돈을 갚지 않았거나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면 편법 증여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두 가지 의혹을 지적하며 "①한 후보자 어머니가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산 아파트인데, 정씨가 이름만 빌려준 명의신탁일 가능성이 있으며, ②또 나중에 증여세가 문제될 수 있으니 돈 한 푼 안 내고 사는 방식으로 근저당을 끼는 등 알리바이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당시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에서 생활했던 시기다. 따라서 1억 원이라는 돈을 모아서 어머니에게 갚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집을 살 때 세무관서에서는 근저당권 말소 등은 추적을 안 하니까 결국 근저당 1억 원을 누가 갚았느냐, 한 후보자가 자기 돈을 모아서 갚았느냐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그게 아니면 어머니가 근저당 말소시켰다면 그만큼 증여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증여세를 탈루한 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는 농지 투기 의혹도 받고 있다. 2004년 강원도 춘천의 농지 3,300여 제곱미터(㎡)를 작고한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았다가 13년 후인 2017년 시세차익을 보고 판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농지법에는 원칙적으로 농민이 아니면 농지 소유 자체를 금지하고 있어 농지 투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후보자는 "상속 이후에 어머니가 텃밭 농사를 계속했다"고 해명했지만, 마을 주민들은 "농사는 주로 가사도우미 부부가 와서 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마을 주민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농지법 위반'이 된다. 김 변호사는 "농사 지을 의사가 없으면 농지를 매각해야 된다"며 농지관리의 허점을 이용한 농지법 위반을 의심했다.
또한 한 후보자의 배우자 A씨가 자동차를 싸게 사기 위해 위장전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다 2007년 5월 경기 구리시의 한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는데, 한 달 만에 다시 서울로 주소지가 바뀌었다. 자동차를 매입할 때 내는 세금인 '공채매입비율'을 줄이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서울시의 공채매입비율은 차량 가격의 20% 수준이었고 경기도는 이보다 낮았다.
김 변호사는 이에 "차량 매입하면서 몇 백만 원 안 내기 위해서 법 위반을 그렇게 쉽게 생각했다면, 적어도 법을 엄격히 준수해야 되는 법치주의를 실현해야 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는 철저히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 논란 등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농지 투기 의혹이 나왔다. 그는 1987년 경북 구미 친척집으로 주소를 옮겨 인근 농지를 구입한 뒤 다시 주소를 대구로 옮긴 사실이 알려져 농지법 위반이 의심되고 있다. 농지 관련법상 농지와 매입자 주소지가 일정(통작) 거리 이상 되면 농지를 구입할 수 없어서다.
김 변호사는 "정 후보자가 농지를 취득할 때가 레지던트 시절이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 소득도 많지 않았고, 가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농사 짓는다고 농지를 매입했다"면서 "소위 통작거리라고 해서 농사 지으러 갈 수 있는 거리냐를 따지면 주소도 위장전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거기 살지도 않으면서 위장전입해 놓은 것"이라며 "옛날에 장관(후보자)들 낙마할 때 대표적인 게 농지 투기하려고 위장전입한 거였다"고 꼬집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모친 명의의 집에 살면서 '쪼개기' 전세계약을 맺은 사실이 알려져 증여세 회피 의혹이 불거졌다. 계약 내용을 보면 이 후보자가 출입구 쪽 양쪽 방 2칸 및 화장실을 임대하고 주방 및 거실은 공동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보증금 4억 원에 계약기간 2년이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부모와 자식 간에 집을 나눠쓴다고 하면서 구획을 해서 전세권 설정등기를 한다는 건 너무 이례적"이라고 봤다. 이어 "뭐가 의심되냐하면 상속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상속이나 증여세 계산할 때 그걸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실 전세보증금을 서로 주고받지 않았는데 허위 근저당권이나 전세권을 설정해 놓고 나중에 증여세나 상속세를 줄이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라고 말했다.
'아직 상속행위가 완료된 게 아니어서 법률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왜 그러면 이런 굉장히 이상한 행동들을 하느냐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