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국회의장이 중재한 검찰개혁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에 합의했다. 애초 민주당이 냈던 소위 '검수완박'법안보다는 다소 완화된 것이지만, 시차와 강도의 문제일 뿐 기본적으로는 수사-기소의 분리가 골자다. 사실상 수사에서 손을 떼게 된 검찰은 수뇌부가 집단사표를 제출할 만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쯤에서 정치적 공방은 차치하고 검찰개혁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간 정치권이나 검찰에서는 외국의 입법례를 들어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선진사법인지 역설하고 있지만, 사실 어느 쪽이든 자기쪽에 유리한 것만 말하고 있다. 각 나라의 서로 다른 사법체계 속에서 검사의 역할에 대해 단순하게 수사권을 갖게 할 거냐 말 거냐만을 놓고 어떤 게 옳은지는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의 검찰권이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강한 것은 분명하고 그런 만큼 어느 정도는 축소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검찰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형사사법절차에서 수사권 오·남용과 국민의 인권 침해 가능성을 줄이고 검찰의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수사와 기소는 기본적으로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 수사는 특정 범죄혐의의 유무를 확인하고, 범인을 발견·확보하며 증거를 수집·보전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형사절차상의 과정이다. 수사의 목적이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것인 만큼, 기소와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다. 수사는 그 속성상 인권 침해 위험성을 갖기 때문에 수사단계에서 적절한 사법적 통제가 필요하다. 이러한 수사과정의 사법적 통제는 법치국가의 요청이기도 하다. 만약 직접 수사한 주체가 수사결과를 판단한다면, 그 사이에 사법적 통제는 사라지게 된다. 이 점은 경찰이든, 검찰이든, 공수처든 모두 같다.
이번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안에 따르면 경찰이 수사하고 종결할 때까지 검사는 개입할 수 없다. 기존에 검찰이 직접 수사하고 기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제3기관의 사법적 통제가 없기 때문에 나타났던 문제가 그대로 경찰에서 나타날 위험성이 크다. 검찰제도의 탄생이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감독하는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의 검찰이 직접 수사하고 기소를 제기하는 것이나, 이번 개정안처럼 경찰이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동시에 갖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동일하다.
지난 19일 김오수 검찰총장은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에 출석해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인정하고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폐지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비록 대검은 공식의견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수사단계에서 사법적 통제가 인권수호 측면에서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 검사의 수사지휘는 상급기관으로서 행위가 아니라, 형사절차에서 검사의 법치국가적 역할일 뿐이다. 공판절차에서 검사도 법원의 지휘를 받지만 법원과 검찰이 상하관계는 아니다.
국회의장 중재안에는 향후 설치될 사법개혁특위에서 '한국형 연방수사국(FBI)'이라 불리는 중대범죄수사청(가칭 중수청) 설치를 논의할 것을 제시했다. 만약 중수청이 만들어진다면 검찰의 수사인력과 경찰의 국가수사본부 인력을 이곳에 재배치해서, 중수청과 검찰이 대등한 지위에서 적정한 형사사법을 위해 상호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수사과정에서 수사는 수사전문가인 수사청이,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법률전문가인 검찰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법치국가의 형사사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