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갑상선암과 폐암, 위암에 이어 많이 발생하는 암이었다.
대장암은 이처럼 발생 4위 암이지만 5년과 10년 상대 생존율이 각각 74.3%, 73.9%로 높았다. 이처럼 대장암은 발병 위험성과 완치 가능성이 모두 높은 ‘야누스’같은 두 얼굴의 암이다.
대장암 진단ㆍ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생존율이 높아졌지만 완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자신의 관심과 노력이다. 조기 진단과 빠른 회복을 위해 대장암의 의심 증상부터 수술 후 관리법까지 박지원 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에게 물었다.
-대장암 증상과 진단법은.
“혈변을 보거나 대변 굵기가 가늘어지거나 대변 주기가 변하면 대장암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드물지만 갑자기 빈혈과 복통이 생겨도 대장암 증상일 수 있다. 젊은 나이에는 이런 증상이 생겨도 대장암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50대 이상이라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장암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대장 내시경검사’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고 검사기관이 적어 국가건강검진에서는 ‘분변 잠혈 검사(대변을 채취해 눈에 보이지 않는 소량의 혈액을 검출하는 검사)’로 대장암을 진단한다.
최근 국가에서 대장내시경 시범 사업을 준비 중이어서 결과에 따라 국가암검진에 대장 내시경검사가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장암 원인은. 치질·변비가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나.
“흔히 고기를 많이 먹으면 대장암에 잘 걸린다고 한다. 실제로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붉은 고기(돼지, 소)나 가공육(소시지)를 피해야 한다. 음주도 대장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유전적 요인도 암 발병에 큰 영향을 끼친다. 전체 대장암 환자 중 5%가 부모에게서 돌연변이나 결함 유전자를 물려받아 생기는 유전성 암 환자다. 이들은 나이가 들면 대부분 암에 걸린다. 그러므로 평균 연령보다 이른 나이부터 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편 치질·변비는 대장암과 엄밀히 다른 질환이므로 대장암을 유발한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의심 증상과 함께 변비까지 있다면 대장 내시경검사를 권한다. 또한, 대장암으로 인한 혈변을 치질로 오인해 암 진단이 늦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장암 수술 후 ‘장루(인공 항문)’을 무조건 달아야 하나.
“그렇지 않다. 대장은 위치에 따라 항문에서 15㎝ 이내의 곧게 뻗은 부위인 직장(直腸ㆍrectum)과 나머지 부분인 결장(結腸ㆍcolon)으로 구분된다. 이 중 항문과 가까운 직장에 암이 발생하면 수술 시 암세포 주변부를 도려내면서 항문까지 모두 제거될 수 있다. 항문이 모두 사라진 환자는 인공적으로 만든 배변 통로인 장루(腸瘻·인공 항문)를 복벽에 달고, 장루를 통해 나온 변이 모이는 ‘장루 주머니’를 차게 된다.
이러한 환자에게는 장루 관리 교육을 실시한다. 이때 교육받은 내용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장루는 감각이 없어서 충격으로 인한 손상을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목욕할 때마다 꼼꼼히 비닐로 감싸는 등 따로 노력할 필요는 없다. 물에 닿거나 부드럽게 비누칠을 하는 정도는 괜찮다.
드물게 장루 주머니가 터지거나, 주머니가 몸에서 자꾸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잘 맞는 주머니를 선택하고 의료진과 함께 부착법을 상의해야 한다.”
-수술 후 주의해야 할 합병증은.
“복강경 수술을 진행할 때 절개 부분이 다시 벌어지면서 몽우리가 생긴 느낌이 들 수 있다. 이 상태로 배에 힘을 주면 소장이 밀려나오는 ‘절개 부위 탈장’이 생겨 아프게 된다. 이는 절개 부위에 근육이 덜 붙어서 발생하므로 근육 보강 수술로 해결할 수 있다.
만일 식사 도중 구토, 소화불량, 복부 팽만 등의 증상이 계속되면 ‘장폐색’을 의심할 수 있다. 이 경우 음식 섭취를 중단하고 병원을 찾아 배액을 진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술 부위가 열을 동반하며 빨갛게 변하거나 꿀렁거리는 느낌이 든다면 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대장암 수술이 어려운 환자는 어떻게 치료하나.
“암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수술해야 한다. 그러나 암 위치나 병기에 따라 수술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 직장 부위에 암이 생겼거나, 암이 4기까지 진행돼 간ㆍ폐 등의 장기로 암세포가 원격 전이되면 특히 수술하기 어렵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해도 완치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한편 이들 치료법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인 대장암 항암제 부작용은 손발 저림이다. 이는 보통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지만, 심하면 부작용 치료를 위해 별도로 약을 먹어야 한다. 또한 방사선 치료는 항문 부위가 허는 등 피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데, 연고 등을 발라 치료한다.”
-마지막으로 치료 중인 환자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대장암 완치를 위해선 꾸준한 치료와 환자 본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간혹 수술 후 재발이 두려워 고기를 피하는 환자가 있다. 그러나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골고루 먹어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술과 담배는 꼭 피해야 한다.
또한 수술 후 몸이 아프다고 잘 움직이지 않으면 회복이 더뎌지고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자주 움직이고 충분히 호흡하면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