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산하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에서 러시아 대표의 발언 중 서방 측 대표들이 집단퇴장 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한 것으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동참했다.
21일(현지시간) 홍 부총리는 미국 워싱턴 세계은행(WB)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IMFC 회의 도중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화상으로 연설하자 상당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뜻에서 자리를 떴고 자신도 이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열렸다.
홍 부총리에 따르면 이날 회의장 원탁 앞줄에 앉은 18개국 장관, 6개 국제기구 수장 중에서 3분의 2인 12개국 장관, 4개 국제기구 수장들이 동시에 회의장을 떠났다. 회의장을 이탈한 국가는 한국 이외에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를 비롯한 주요7개국(G7) 대표 전원 등 12개국이었다.
전날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때도 러시아 재무 장관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국가 장관과 대표단이 퇴장했으나 홍 부총리는 자리를 계속 지켰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전날에는) 국가 간 그런 행동에 대한 예측과 반응이 잘 조율되지 않았다"며 "대러 제재에 대한 국제 공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뜻을 같이할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해 자발적으로 퇴장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날 회의에서 스페인, 인도, 인도네시아, 스위스,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 6개국 대표는 실루아노프 장관의 화상 연설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그간 대(對)러시아 제재에 미온적이었던 국가의 대표들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갈등으로 전날 G20 장관회의에 이어 IMFC도 이날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