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애물단지' 드릴십 4척 1조원에 매각한다

입력
2022.04.21 19:30
악성 재고 정리로 재무구조 개선 기대

삼성중공업이 그간 '악성 재고'로 꼽힌 드릴십(원유시추선) 4척을 1조 원에 매각한다. 악성 재고 정리에 성공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드릴십 4척 매각을 위해 '큐리어스 크레테 기관전용사모투자 합자회사(PEF)'에 5,900억 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PEF는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국내 다수의 투자기관이 참여하는 사모펀드다. 펀드 규모는 1조700억 원 수준이며 내달 출범한다.

PEF가 삼성중공업의 드릴십 4척을 약 1조400억 원에 사들인 뒤 시장에 되팔아 투자자들에게 출자비율 등에 따라 매각 수익을 배분한다. 삼성중공업의 PEF 지분율은 78.7%다. 삼성중공업은 우선 PEF로부터 매각대금으로 4,500억 원의 현금을 받고 이후 투자수익을 배분받게 된다.

순손실이 누적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무상증자와 유상증자를 연이어 실시해 가까스로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그럼에도 지난해 1조 원대 영업적자로 재무구조가 취약한데, 이번 드릴십 매각이 재무구조 개선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드릴십은 깊은 수심의 해역에서 원유·가스 시추 작업을 할 수 있는 선박 형태의 설비다. 척당 건조 비용만 최소 5억 달러(약 6,100억 원)에 이른다. 삼성중공업은 2010년대 중후반 선주사들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며 총 5척의 드릴십을 완성하고도 인도하지 못했다. 2014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해상 유전의 채산성이 낮아지자 선주사들이 인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후 드릴십은 삼성중공업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드릴십을 제때 인도하지 못한 데 대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은 건 물론 유지보수비로 매년 수백억 원이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며 원유 시추 시장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드릴십 매각으로 약 4,50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뿐 아니라 향후 PEF를 통한 리세일로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며 "국제유가의 강세로 드릴십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고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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