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제일모직?..."동원산업 합병반대" 기관투자가도 가세

입력
2022.04.21 20:00
소액주주에 이어 기관투자가들도 '합병 반대'
"동원산업에 불리한 방식으로 합병비율 산정"
회사 측 시정 없을 땐 다음 달 법적 대응 돌입

코스피 상장사 동원산업과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추진을 둘러싼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소액주주·시민단체들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합병을 반대한 데 이어 기관투자가들까지 반대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반 주주들의 가치를 침탈하는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불공정 합병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에는 동원산업의 기관투자가인 블래쉬자산운용·이언투자자문·타이거자산운용도 동참했다.

이들은 합병비율 산정의 불공성을 지적했다. 순자산가치가 아닌 시가 산정 방식을 적용해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떨어뜨렸다는 게 핵심이다.

앞서 동원산업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이번 합병비율을 약 1 대 3.8로 산정했다. 상장사인 동원산업(존속회사)이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소멸회사)를 흡수해 신주를 배정할 때, 동원엔터프라이즈 주식 3.8주당 동원산업 주식 1주를 주겠다는 얘기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합병을 추진하려면 적어도 시가보다 높은 순자산가치를 적용해 합병가액을 결정해야 한다”며 “순자산가치를 적용할 경우, 합병비율은 1 대 10 이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럼 측은 동원산업 측에 자발적인 시정을 요구했다. 회사 측에서 시정 노력이 이어지지 않으면 소송 등 공동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 변호사는 "소송을 바로 제기하지 않고 동원산업 이사회의 재고를 촉구하겠다"면서도 "이달 말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 다음 달 초에는 합병 결의 금지 가처분 등 법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합병 시 합병비율 불공정 논란이 반복되면서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에도 삼성물산 저평가 논란이 일었고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이 법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심혜섭 변호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건 이후에도 상장사의 합병비율을 시가로 결정할 수 있게 규정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이번 기회에 일반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규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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