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계곡 살인' 고의 입증 어려워 갈 길 멀다" 한 까닭은

입력
2022.04.21 21:00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물에 뛰어든 피해자 남편 A씨 신체접촉 없어"
"경찰 내사종결도 입증 어려운 걸 시사"
"복어 독? 물적 증거 확보 안돼"
"'뛰어내리라'는 말로, 죽게 한 과정도 의문" 
"이런 일 혼자 할 수 없어, 조직범죄 가능성"
"자수해 놓고 묵비권, 형량 감경 노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보험금을 타내려 남편을 숨지게 한 이른바 '계곡 살인사건'을 두고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기 굉장히 어려운 사건이라, 지금까지 온 길보다 (가야 할 길이) 훨씬 멀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2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지금부터 밝혀야 할 문제들이 여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살인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상당하지만, 실제로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이 교수는 "일단 (사망한 피해자 A씨에게) 아무런 신체 접촉이 없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물에 뛰어들어 결국 사망했기에 (이씨 등은) 피해자의 죽음에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이라며 "(물에 빠진 A씨에게) 도움을 줘야 할 상황인데 도움을 주지 않고 피해자를 사망케 했다면 '부작위 살인'으로 주장할 수 있지만, 사실 '튜브를 던져줬다. 마지막 순간에는 못 봤다'고 한다면 그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잡힌 것도 아니라 (입증이) 굉장히 어려운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 초동 단계에서 내사종결된 이유도 입증할 능력이 안 된다는 걸 시사할 정도로 어려운 사건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복어 독'과 관련해선 "이들이 주장하는 바로는 복어 독 관련 문자는 일종의 장난스러운 대화였을 뿐 사실 복어 독을 먹인 적이 없다는 것 아닌가"라며 "물적 증거가 확보된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앞서 이씨는 자필 진술서에서 "복어를 사서 매운탕 거리와 회로 식당에 손질을 맡겼고, 누구 하나 빠짐없이 맛있게 먹었다"며 "살해하려고 했다면 음식을 왜 다 같이 먹었겠는가. 식당에서 독이 있는 부분은 소비자가 요구해도 절대로 주지 않는다고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아내에게 남자 있는 걸 알면서도 혼인신고? '괴이'"

이 교수는 또 "피해자가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성인 남성인데, 아무리 수영을 못해도 '뛰어내리라'는 말 한마디, 강요를 듣고 어떻게 물에 뛰어내리게 됐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라며 "난맥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가 (A씨와) 혼인 신고를 한 상태에서 A씨는 (이씨의 내연남이자 공범으로 유력하게 의심되는) 조현수씨의 존재도 알고 있었고, 함께 여행도 갈 정도의 관계였다"며 "아내에게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혼인 신고를 하고 (신혼)집을 이 씨에게 제공하는 등 괴이한 행적들이 존재한다"고 의아해했다.

이씨의 '가스라이팅'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황상 그렇게 된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면서도 "어린애도 아닌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이 과연 가스라이팅을 (당했을까), 특히 연약한 여자인 이은해가 가스라이팅을 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그는 "(이씨가) 결국 극단적 선택과 비슷한 일을 시킨 건 아닌지 밝혀 나가야 할 상황"이라며 "혼인 기간 중 어떻게 이씨 딸이 A씨 호적에 올라갔는지도 부자연스러워, 검찰에서 다양한 종류의 보강수사를 해 밝혀야 할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2년 동안 3차례 결혼했다는) 이씨의 혼인 관계도 의구심이 든다"며 "혼인에 이를 정도로 애정이 깊은 다수의 남자들을 어디서 구한 것인지도 사실 이해가 잘 안 간다"고 의심했다.



"혼자서 이런 일 하기 어려워, 조직범죄 가능성?"

그러면서 "(조직 범죄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은해는 동료들과 보험사기를 저질러 생계를 이어나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청소년기 성매매도 했고, 여행자 보험을 들어 가방분실됐다고 해서 보험금도 받았다고 하고, 전 남자친구가 해외에서 익사한 사건도 존재한다. 혼자서 이런 일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누가 지명수배된 사람과 1박2일 여행을 가는가, 이들 주변에는 굉장히 의심스러운 이들이 많다"며 "아마 검거 전 텔레그램 등에서 수사 진행 상황과 법적 내용을 공유, 자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추측했다.

16일 검거된 이은해는 진술을 거부해오다 19일 구속영장 심사에서 A4 용지 2장 분량(약 1,600자)의 자필 진술서를 판사에게 제출했다. 진술서에는 남편이 사망한 계곡 사건 내용은 없고, 복어 독 살해 시도 내용만 많다고 한다.

이 교수는 "묵비권 행사가 형량을 낮추는 데 도움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단 자수해서 감경사유로 삼겠다는 뜻은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자수에 이르는 피의자는 과정을 다 털어놓고 '피해자에게 잘못했다', '책임 충분히 감당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데, (이씨는 자수한 것과 달리) 진술 거부하는 태도가 일관성이 없어 보이고,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도 엿보기 어려워, 양형 유리하도록 감경을 목표로, '형량을 협상하려고 자수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