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9년 뒤 파킨슨병 걸린 30세 반도체공장 노동자... 법원 "관련성 있다"

입력
2022.04.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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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공장 직원, 2006년 파킨슨병 진단
질병과 공장 근로 연관? 근로공단은 인정 안해 
법원은 "관련성 있다"... 이른 나이 발병 등 고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가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돼 파킨슨병에 걸린 30세 노동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관련 자료가 드물어 인과성 증명이 쉽지 않지만, 작업 환경 등을 고려하면 관련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단독 정성화 판사는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전 노동자 A(48)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92년 고교 졸업 뒤 2년 3개월간 삼성전자 부천공장에서 근무하면서 포토공정 노광작업을 도맡았다. 포토공정은 반도체 표면에 사진 인쇄 기술을 이용해 회로 패턴을 만들어 넣는 작업이다. A씨는 세척 업무와 현상 작업 등도 수행했다.

A씨는 반도체공장에서 퇴사한 지 9년 뒤 파킨슨병에 걸렸다. A씨는 2004년 출산 이후 왼쪽 손과 발에 마비 증세를 느꼈다.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2006년 11월 대학병원에서 파킨슨병 2기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당시 30세로 파킨슨병 평균 발병 연령인 50~60대보다 훨씬 어렸다.

A씨는 2017년 파킨슨병이 반도체공장 근무와 관련 있다고 보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A씨는 공단에 심사청구를 했지만 이마저도 기각당하자 법원을 찾았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과거 자료가 드물어 인과성 입증이 쉬운 건 아니지만, 당시 작업 환경과 A씨 설명을 종합해보면 A씨가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아 파킨슨병과 관련된 유기용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파킨슨병 발병 잠재기가 10년이고 △30세에 파킨슨병에 걸렸고 △가족력이 없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정성화 판사는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게 현재 의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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