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대란이 장기화하면서 올 들어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의 주재료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광물 수급 불안정 상태가 전기차 가격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이면서 소비자와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탄산리튬의 수급안정화지수는 3개월째 '불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급안정화지수는 4차산업 원료광물의 국내 수급 위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쓰이는데, 지수가 0~1이면 수급 위기, 1~5면 수급 불안, 5~20 이면 수급 주의, 20~80이면 수급 안정, 80~100이면 공급 과잉으로 본다.
탄산리튬의 수급망은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안정적이었다. 리튬의 수급안정화지수는 지난해 8월 40.67로 안정권을 유지하다가 불과 두 달 만인 같은 해 10월 9.6으로 떨어지면서 '수급 주의' 단계로 곤두박질쳤다. 같은 해 11월엔 11.24로 소폭 상승했지만 올해 2~3월엔 또다시 1.5~1.94를 오가면서 '수급 불안' 상태로 들어갔다. 이 지수가 1 아래로 내려가면 '수급 위기'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
이처럼 공급망 대란이 지속되면서 리튬 가격은 수직 상승했다. 2020년 7월 ㎏당 34위안이던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7월 80위안으로 1년 만에 약 3배나 폭등했다. 올해 1월엔 264.5위안으로 뛰면서 불과 1년 6개월 만에 9배 올랐고, 지난달엔 472.5위안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리튬뿐만이 아니다. 국내 배터리업체가 선호하는 '삼원계(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의 주요 재료인 니켈과 코발트의 수급도 아슬아슬하다. 지난해 3월 이미 '수급 주의' 경고등이 켜진 니켈은 지난달과 이달 연이어 '수급 불안' 단계 턱밑인 6.24~6.34를 오가고 있다. 코발트는 이달 들어 '수급 불안' 단계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를 생산하는 자동차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철강과 금속, 고무 등 차량 생산을 위해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올라서 인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공급망 불안 사태가 지속될 경우 전기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서 배터리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육박해 단일 부품의 레버리지 효과가 크다"며 "원자재 가격이 오른다고 바로 전기차 가격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어 고민이 깊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