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를 이유로 올랐던 생명보험사의 보험료가 금리 상승기에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험사가 자의적인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험사는 고금리 추세가 장기화하면 보험료를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그간 예정이율 인하 조치로 보험료 인상을 주도해 온 3대 생명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는 당장 예정이율과 보험료를 조정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보험금 지급 때까지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이다. 이 때문에 예정이율이 내려가면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만기 때 약속한 보험금을 탈 수 있어 보험료가 인상된다. 반대로 예정이율이 올라가면 보험료는 내려간다. 통상 예정이율이 연 0.25%포인트 낮아지면 보험료는 7∼13% 인상된다.
3대 생명보험사는 저금리 기조를 이유로 최근 2년간 예정이율을 연 2.5%에서 2.0%로 내렸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는 반대로 올랐다는 뜻이다. 보험사는 가입자 보험료를 주로 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하는데, 금리 인하로 채권 금리도 낮아지면서 수익률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해 예정이율을 낮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상했음에도 예정이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가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예정이율을 조정해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금리 등락이 예정이율에 적용되는 데 시차가 발생하는 것으로,향후 금리 변동 추이를 확인하고 보험료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보험사가 예정이율을 내린 2020년 4월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 2019년 5월 이후 11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기준금리는 1.75%에서 0.75%까지 떨어졌다. 보험사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약 1년간 예정이율과 보험료를 조정하지 않고 버티던 보험사들이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결국 보험료 인상을 결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기준금리가 상승세(0.5%→1.5%)로 돌아선 이후 8개월 정도 지났다. 예정이율을 인상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라는 게 보험사 판단이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예정이율은 기준금리 외에도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결정되기 때문에 금리 변동 이후 시차를 두고 조정된다”며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란 판단이 서면 예정이율과 보험료 조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