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재건축 오르고 중저가는 급매물만...서울 집값 양극화에 '키 맞추기' 우려도

입력
2022.04.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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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주째 보합...강남·재건축 위주 상승세 지속
대선 이후 양극화 심화에 '키 맞추기' 우려 나와
인수위 정책 발표 연기에 시장 혼란 지속될 듯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불러일으킨 규제완화 기대감에 서울 아파트 시장의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 고가 주택과 재건축 예정 단지가 많은 곳에서는 대선 한 달 만에 신고가 계약이 대세로 자리 잡는 양상이지만 이외 지역에서는 약보합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3주 연속 보합(0.0%)을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1월 넷째 주 이후 10주 연속 하락하다가 이달 첫째 주 보합 전환됐다.

강남권 중대형과 재건축 단지가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가격이 오른 곳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로 개발 기대감이 커진 △용산구(0.03%→0.03%)와 재건축 예정 단지가 즐비한 △강남구(0.04%→0.03%) △서초구(0.02%→0.03%) △양천구(0.02%→0.02%) 등 네 곳뿐이었다.

반면 △금천구(0.0%→-0.01%) △중랑구(0.0%→-0.01%) △도봉구(-0.03%→-0.01%) 등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11개 구는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부담에 실수요 위주의 거래가 경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은 "일부 고가 지역의 중대형이나 재건축은 가격이 상승했으나, 중저가 지역은 대체로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며 서울 전체적으로 3주 연속 보합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양극화는 다른 지표에서도 포착된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받은 '대선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 현황(3월 10일~4월 12일)'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강남·서초구 아파트 매매 59건 중 29건(49.2%)은 직전 최고가보다 가격이 상승했다. 서울 전체 평균(31.9%)보다 신고가 비중이 17.3%포인트 높다.

하향 안정화 추세였던 서울 아파트값이 대선 이후 들썩이면서 '집값 키 맞추기'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인수위는 부동산 대책 발표를 미뤘다. 지난 18일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해온 시장 안정화 정책이 공급과 수요 양 측면에서 상당히 정리됐다"면서도 "TF에서 정리한 부동산 정책은 새 정부가 종합적·최종적 결론을 발표하는 게 맞지 않냐는 의견이 강력히 대두됐다"고 밝혔다.

시장 기대와 달리 차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선뜻 베일을 벗지 않으면서 수요자들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윤석열 당선인 공약대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려 하니 집값이 들썩이고, 하지 않으면 시작부터 공약을 지키지 않게 되면서 신뢰가 무너지는 '규제완화 늪'에 빠지게 됐다"며 "시장에 명확하고 구체적인 시그널을 우선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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