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LG가 리그 최강 불펜진을 갖추고도 선발진은 리그 최하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20일 현재 LG는 16경기에서 10승 6패를 거두며 1위 SSG에 4경기 차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팀 타율 5위(0.248), 장타율 2위(0.370) 등 타격 지표도 좋고 팀 평균자책점 4위(3.08),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4위(1.25) 등 투수 지표도 준수하다.
하지만 마운드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간단하지 않다. 불펜 구원진은 리그 최강의 위력을 뽐내고 있지만, 선발진의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으면서 아슬아슬한 순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 불펜은 올 시즌 69이닝(16경기)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은 1.17로 리그 1위다. 2위 키움(2.84)과 비교해도 훨씬 훌륭하다. WHIP 1위(1.10)고 불펜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9이닝당 탈삼진도 8.09개(3위)다.
반면 선발은 16경기 평균자책점이 4.79로 리그 최하위다. 9위 NC 선발진(3.87)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또 WHIP 9위(1.38),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6회(7위),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단 1회(공동 8위)뿐이다. 특히 선발진에 가장 중요한 소화 이닝이 77이닝(8위)에 그치고 있다. 이는 불펜진의 과부하로 이어진다. 불펜진이 소화한 이닝은 69이닝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2위 한화(60.2이닝) 불펜진보다 9이닝짜리 한 경기를 더 소화한 셈이다. 불펜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선발진의 부진이 계속되면 시즌 중후반 불펜 붕괴는 명약관화다.
아담 플럿코가 제 역할을 하고 있고, 발목 부상을 당했던 케이시 켈리가 뒤늦게 합류하면서 가까스로 ‘원투 펀치’는 형태를 갖췄지만 기대했던 임찬규, 이민호 등 국내 투수들이 부진하다. 이민호는 최근 3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에 평균자책점 12.1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여기에 3, 4선발급 활약을 기대했던 임찬규도 3경기 평균 자책점 7.15(1승1패)로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손주영이 2경기를 큰 무리 없이 버텨준 것이 다행이다.
그렇다고 확실한 선발투수 없이 처음부터 불펜진을 대거 가동하는 ‘불펜 데이’도 부담스럽다. 류지현 감독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류 감독은 “불펜이 좋다고 기준에서 벗어난 기용을 한다면 언제까지 잘할지 보장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불펜 데이’를 가동하면 구원 투수들의 피로도가 훨씬 더 가중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민호의 빈자리는 일단 김윤식과 그간 롱릴리프 역할을 했던 임준형이 나눠서 메울 것으로 보인다. 또 2군에서 선발 육성 과정을 거친 좌완 송승기(20)를 1군에 올려 임준형의 자리(롱 릴리프)를 메울 수 있을지 검증할 예정이다. 류 감독은 “지난해 평가가 굉장히 좋았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동행하려 했으나 합류 시기가 늦어지는 바람에 2군에서 출발했다”면서 “제구가 좋고 타자를 상대할 때 투구 수도 적어 이닝을 쉽게 풀어가는 스타일이다”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