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을 위해 국회의원 당적과 상임위를 장기말처럼 옮기는 편법을 동원했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시민단체들의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강성 지지층 요구만 받들어 21대 국회 전반기에 보여준 '입법 독주' 상황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격 탈당해 무소속 법제사법위원으로 배치됐다. 사실상 '4월 임시국회 중 검수완박 입법'을 겨냥한 선수교체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할 때 참여하는 무소속 의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끌어들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법안 강행 처리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이번엔 자당 의원을 탈당시키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민주당의 폭주에 국민의힘은 "입법 독주"라고 반발했고, 정의당도 "대국회 민주주의 테러"라고 비판했다.
민 의원의 탈당은 '꼼수'를 덮기 위한 '꼼수'다. 목적은 쟁점법안 심사를 위해 최장 90일간 가동되는 안건조정위원회의 무력화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 처리로 도입된 안건조정위는 제1교섭단체(다수당) 의원 3명과 그 외 정당 의원 3명으로 구성된다. 다수당과 기타 정당 의원이 동수인 것은 입법 독주를 막겠다는 취지로, 현재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이 참여하는 구조다. 이날로 무소속이 된 민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시킨다면, '무늬만' 무소속인 민 의원을 포함해 범민주당 4명과 국민의힘 2명 구도가 만들어진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에도 쟁점법안 강행 처리를 위해 친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을 법사위에 사·보임하는 방안을 활용했다. ①지난 7일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사위에 보임시켜서 안건조정위 구성을 대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양 의원이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검수완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다. "(검수완박 입법) 표결에 앞서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양 의원이 작성한 입장문이 전날 공개되자 민주당 내부는 술렁였다. ②민주당은 즉시 '양 의원 대타 구하기'에 나섰고, 검수완박 강경파인 민 의원의 탈당은 그 결과였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말한 '준비된 대책'의 실체다.
안건조정위 구성은 통상 다수당의 강행 처리에 맞서 법안 심사를 지연시키려는 야당에서 요구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날 ③다수당임에도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소속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도 안건조정위원 명단 제출을 요구했다. 검수완박 법안은 이르면 21일부터 안건조정위에서 심의에 돌입할 전망이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 요구로 구성된다. 법사위원장이 여야 간사와 협의해 위원을 선임하고 안건조정위원장도 다수당에서 선출되기 때문에 민주당의 뜻대로 구성할 수 있다.
사·보임을 통한 안건조정위 '패싱'은 민주당이 압도적 과반 의석을 확보한 21대 국회에서 자주 활용해온 카드다. 2020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의원이 법사위로 보임돼 안건조정위에 참여했다. 지난해 8월 민주당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처리할 때에도 김의겸 당시 열린민주당 의원이 '야당 몫'으로 참여했다.
법안 강행 처리를 위한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민 의원의 탈당에 대해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했고, 양향자 의원은 "다수당이라고 해서 자당 국회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원으로 하겠다는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거야말로 입법독재가 아니고 뭐겠나"라고 성토했고, 정의당도 "대국회 민주주의 테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입법 강행 처리 수순에 돌입하면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박 의장은 오는 23일부터 5월 2일까지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순방을 보류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측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끝내고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전까지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려면, 박 의장이 4월 임시국회 '회기 쪼개기'를 통해 필리버스터를 자동 종결시켜주거나 180석을 확보해 표결로 종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