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개 사료 먹기도… 두 살 딸 굶겨 숨지게 한 친모·계부 혐의 인정

입력
2022.04.20 15:38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굶기고 방치
2살 딸 사망 원인 영양실조 및 뇌출혈로 확인
첫 재판서 친모·계부 "죄송하다… 혐의 인정"

두 살 딸을 굶겨 숨지게 한 20대 친모와 계부가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아이들이 개 사료 등을 먹고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도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거나 폭행하는 등 추가 학대 정황도 드러났다.

20일 울산지법 형사11부(부장 박현배)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친모 A씨와 계부 B씨 측 변호인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을 모두 인정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생후 31개월 딸에게 밥을 제때 주지 않고 유기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7개월 아들에게도 같은 기간 영양실조 등 상해를 가하고 신체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발견 당시 딸의 몸무게는 생후 5개월 평균 수준인 7kg, 아들은 100일 된 아기와 비슷한 6kg 정도에 불과했다. 숨진 딸의 사망원인은 영양실조와 뇌출혈로 확인됐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자녀가 굶주려 개 사료 등을 먹고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도 제때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녀가 쓰레기를 뒤져 집을 어질러 놓은 것 등에 화가 나 볼을 꼬집거나 머리를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법정에서 A씨는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신경 써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뒤늦게 후회했다. B씨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5월 27일 열릴 예정이다.

울산= 박은경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