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관저로 쓰기로 한 서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백지화하고 대신 외교부 장관 공관을 검토하기로 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외교부 장관 공관 이전 등 후속 조치는 “미정”이고 입주 날짜는 “정확하게 산정되지 않았다”고 20일 밝혔다. 취임이 2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관저도 정하지 못하고 뭐 하는 것인가. 이런 졸속을 바라보는 국민은 윤 당선인 행정력에 대한 의심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이전 자체가 그렇지만 관저 결정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졸속의 연속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육참총장 공관에 대해 “너무 노후해 종합적으로 많은 불합리한 점이 발견됐다”며 작년에 리모델링한 외교장관 공관을 “가장 합리적 대안으로 검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1975년 지어진 육참총장 공관이 비가 샐 정도로 낡은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육참총장이 주로 계룡대에 머무르기 때문에 3~5분 거리의 이 공관을 쓴다고 했던 게 3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과 윤한홍 청와대 이전 TF팀장이 직접 밝힌 바였다. 한 달이 지나 이를 무산시키고 연쇄적 공관 이전, 리모델링 설계, 경호 등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한다니, 서민이 이사할 때도 이렇게 변덕스럽지는 않다.
이는 단 하루도 청와대에서 집무를 보지 않겠다는 윤 당선인의 고집이 불러온 여파다. 국방부는 급히 이사하느라 홍역을 치렀고, 경호 부담과 시민들의 교통 불편 등 여파는 이어질 것이다. 육참총장 공관에서 국방부 청사까지 출퇴근 교통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정체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취임 후 당분간은 서초동 자택에서 더 긴 출퇴근 동선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궁극적으로 많은 예산을 들여 국방부 부지 내 관저를 지어야 해결된다. 예산 낭비와 시민 불편을 “청와대를 국민에 돌려드린다”는 말로 무마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청와대에서 집무를 보면서 이전을 준비하는 게 최선이다. 최소한 잦은 번복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