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재벌 틴코프, 우크라 침공 "미친 전쟁" 맹비난

입력
2022.04.20 17:33
"러시아의 모든 게 엉망...아첨, 비굴에 빠져 있어"
"국민 90%는 전쟁 반대할 것…10%는 바보"
서방에는 "푸틴 체면 세울 만한" 해결책 요구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재벌 올레그 틴코프가 침공을 "미친 전쟁"이라고 부르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19일(현지시간) 틴코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이 전쟁의 수혜자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며 "무고한 시민들과 군인들이 죽고 있다"고 밝혔다. 자국 군대에 대해선 "나라의 모든 게 엉망인 데다 족벌주의와 아첨, 비굴에 빠져 있는데 어떻게 군대는 잘 돌아갈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틴코프는 러시아에서 전쟁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Z에 대해 "물론 Z를 그려대는 바보들이 있지만, 어느 국가에서나 10%의 바보는 있기 마련"이라며 "90%의 러시아인은 전쟁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어로 기록하던 틴코프는 영어로 바꿔 서방 국가들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체면을 차리면서 대학살을 멈출 수 있도록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2006년 러시아 디지털 은행 '틴코프뱅크'를 설립한 틴코프는 2020년 백혈병 투병 사실을 알리며 은행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2014년엔 러시아에서 15번째로 부유한 사람으로 선정될 정도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하지만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 제재 영향으로 은행 주가가 90% 넘게 하락하며 50억 달러(약 6조2,000억 원) 이상 잃었다. 틴코프는 지난달 영국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올라 영국 내 자산이 동결된 상태다.

틴코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지속해서 반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 직후에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투병 생활을 통해 삶이 얼마나 깨지기 쉽고 유일한 것인지 알게 됐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죄 없는 사람들이 매일 죽고 있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전쟁에 반대한다"고 적시했다.

틴코프뱅크는 게시물과 관련해 "이는 올레그 틴코프의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틴코프가 수년간 은행에서 일하지 않았고, 러시아를 떠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헌법을 개정해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이것이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을 경우 최고 15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