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는 왜 파를 안 먹을까

입력
2022.04.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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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김을 먹는 나라는 한·중·일 정도다. 중국에 처음 갔을 때 김으로 끓인 김국이 나오는 걸 보고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있다. 일본의 김은 쪼잔해 보이는 작은 날씬함(16절김)에 질감은 A4용지 같은 느낌이다. 즉 우리 김이 단연 압도적이며, 이로 인해 김은 수산식품 중 최고의 수출 효자상품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김의 한문 표기는 해의(海衣) 즉 '바다 옷'이다. 천연 김이 바위를 덮고 자라기에 생긴 이름이다. 해의가 김이 되는 것은 조선 후기에 김여익이라는 분이 양식에 성공하고, 이분의 성씨를 따랐기 때문이란다.

이런 재밌는 명칭 유래는 파에서도 확인된다. 중국 서북쪽에 위치한 파미르고원 쪽에는 야생 파가 지천이다. 그리하여 파미르고원에서 '파'라는 명칭이 유래했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 파미르고원은 한자로는 총령(葱嶺)인데, 번역하면 '파 고개'가 된다. 또 이 지역이 파의 원산지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파의 동아시아 전파는 불교 및 실크로드와 관련 있다. 그런데 막상 불교에서 파는 '금지식'이다. 오래된 종교에는 나름의 금지식이 있게 마련인데, 이슬람의 돼지고기나 힌두교의 소고기 등이다. 가장 흥미로운 금지식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 학파가 견지한 콩의 금지가 아닌가 한다.

불교는 오신채라고 해서, 매운맛이 나고 향이 강한 파·마늘·부추·달래·흥거(혹 생강) 등이 금지식이다. 어떤 이들은 오신채가 정력을 돋우는 음식이므로 독신 수행자에게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동아시아인들이 인도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주장일 뿐이다.

인도는 고온다습한 향신료의 나라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도 인도의 향신료를 얻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아니던가! 그래서 아직까지도 아메리카원주민은 인디언 즉 인도인으로 불리는 것이고.

인도의 풍부한 향신료와 무더운 기후는 이들이 식후나 간식으로 향신료를 씹는 문화를 만들게 된다. 실제로 오늘날까지 인도 음식점에는 계산대 쪽에 향신료가 비치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식으로 치면, 음식점에 비치된 박하사탕 정도라고나 할까?

또 지금은 보기가 쉽지 않지만, 예전에는 어른들이 생강을 얇게 썰어 절인 편강을 씹고는 했다. 즉 불교를 타고 향신료를 씹는 문화가 우리에게도 일부 이식된 것이다. 그런데 왜 불교에서는 향신료를 금지식으로 정했을까?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맛에 대한 탐착이다. 수행자가 특정 맛을 선호하는 것은 집착을 넘어서려는 불교의 목적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둘째, 향신료는 호불호가 갈리므로 싫어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불교 승단은 군대와 같은 집단생활을 기본으로 한다. 단체생활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 섭취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명상을 위해, 정신을 집중하는 예민한 상태에서라면 더욱 심각해질 소지가 있다.

티베트 성지순례 때 해발 5,000m를 넘고 있는데, 버스 안에서 한 분이 오징어를 먹다가 나한테 된통 당한 적이 있다. 보통 때 같으면 넘어갔겠지만, 고산병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는 '상도덕'이 결여된 행동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른 오징어 냄새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므로 우리나라 관광버스에서도 암묵적인 금지식이 아니던가! 이런 의미에서의 금지식이 불교의 오신채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사찰음식은 오신채가 빠지는 음식이다. 그런데 요즘은 밥을 먹으면 양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니, 이제는 오신채를 용인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자현 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