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개선 위해 소셜벤처 뭉쳤다... '모두 이용 가능한 택시' 등장

입력
2022.04.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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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M,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 '블랙캡' 도입
장애인·비장애인 모두 무리 없이 이용 가능
촉각 패드, 아바타 수어 통역 등 신기술 장착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주차장의 휠체어를 탄 남성 앞에 검정색 대형 택시가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기사는 차량 우측 하단에서 휠체어 경사로를 꺼내 설치했다. 휠체어를 탄 승객은 기사의 도움을 받으며 경사로를 통해 차량에 탑승했다. 기사는 휠체어에 차량 안전벨트를 채운 뒤, 단단히 고정된 것을 확인하고 운행을 시작했다. 뒷좌석에 설치된 스크린 속 아바타는 수어로, '촉각 디스플레이'는 손끝 감각으로 환영 인사와 함께 탑승 시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지체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용 편의성을 높인 검정 택시의 정체는 소셜벤처 코액터스가 운송 서비스 '고요한M'에 도입한 '블랙캡'이다. 코액터스는 지난해 정부에서 여객자동차운송플랫폼사업 면허를 받아 고요한M을 운영하고 있다. 블랙캡은 코액터스·이큐포올·닷·협동조합 무의 등 소셜벤처 4곳이 의기투합해 만든 서비스로,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권 개선을 위해 모두가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 고요한M은 20일부터 블랙캡 2대를 서울 전역에서 운행하기 시작했다.

'유니버설 디자인' 블랙캡에 소셜벤처 기술 더했다

영국의 프리미엄 택시로 알려진 블랙캡은 영국 LEVC사에서 개발한 전기차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설계)이 적용됐다. 기존 휠체어 승객들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때 차량 뒤쪽을 통해 '짐'처럼 탑승했던 것과 달리, 블랙캡에선 비장애인과 똑같이 차량 옆문을 통해 차에 오를 수 있다. 휠체어 승객이 동승자와 나란히 앉을 수 있다는 점은 기존 장애인 콜택시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다.

고요한M의 블랙캡에는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더해졌다. 소셜벤처 스타트업 닷은 차량 내부에 '닷 패드'를 설치했다. 블랙캡에 탑승한 시각장애인은 점자를 구현하는 촉각 디스플레이를 통해 경로와 예상시간을 손끝과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 승객은 이큐포올의 아바타 수어기술이 탑재된 스크린을 통해 운행 정보를 얻거나 운전기사와의 소통에 도움을 받는다. 장애인 협동조합 무의는 탑승객에게 서울시내에서 휠체어로 접근 가능한 식당과 카페, 화장실 등을 안내해준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 이동권 개선하는 계기 되길"

장애인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전용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장애 등급이 없다면 휠체어에 의지할 정도로 몸이 불편해도 장애인 콜택시를 탈 수 없다. 4개 소셜벤처는 블랙캡 도입이 교통약자 이동권이 폭넓게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2020년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29.7%인 1,540만 명이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코액터스는 시장 반응에 따라 연내 블랙캡을 포함한 고요한M 모빌리티를 100대까지 증차할 계획이다. 송민표 대표는 "고요한M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택시에 수동 휠체어를 갖고 탑승하는 장애인 승객들이 적지 않아,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택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장애인 승객들이 기존에 활용되던 바우처 등을 통해 더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