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주치의 제도' 참 좋은데 이용률은 고작 0.2% ... "확대방안 없을까요"

입력
2022.04.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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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장애인주치의 시범사업 도입
환자, 의사 모두 필요성 인정하지만 
98만 중증장애인 중 2400명만 이용
정부 "수가 인상· 방문 진료 확대 검토"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건 전쟁 같은 일이었죠. 늘 비상한 각오로 문밖을 나서야 했어요. 그런데 의사가 직접 집에 찾아와 정성껏 진료해 주니 정말 감사했죠."

19일 대전에서 26세 발달장애인 아들을 키우는 김하림(49)씨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를 알게 돼 자신은 물론 아이의 삶이 크게 달라졌다고 했다. 이전에는 병원 진료일이 다가오면 남편도 휴가를 내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아들이 의사나 간호사를 보고 긴장해 소리를 지르거나, 이상행동으로 다른 환자에게 폐를 끼칠까 노심초사했지만, 건강주치의 덕분에 그런 걱정을 덜게 됐다.

제42회 장애인의 날인 20일을 맞아 장애인 주치의 제도 활성화를 두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중증장애인은 집 밖 외출이 어렵다. 더구나 병원까지 오가고 대기하는 일은 더 큰 스트레스다. 이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8년 5월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취지 자체는 좋은데, 지나치게 낮은 이용률이 문제다. 거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이 제도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은 전체의 0.2%밖에 안 된다.

"고독사 위기 처한 중증장애인 살릴 수 있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는 중증장애인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건보공단 홈페이지에 등록된 건강주치의 병의원을 검색한 뒤 신청하면 된다.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은 물론, 지체·뇌병변·시각·지적·정신장애 등을 전문적으로 관리해 준다. 진료 비용의 90%는 공단이 지원한다. 의료급여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은 진료비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의사들도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하고 있다. 장애인 164명을 맡은 충북 청주 김영태신경외과의원의 김영태 원장은 최근 고독사 위기에 처한 장애인을 구한 경험도 들려줬다. 김 원장은 "사회복지사의 연락을 받아 갔더니 술에 취한 채 방치되어 있었다"며 "그때 구조돼 수술받았고, 현재는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내친김에 장애 등급 등록까지 도와줬다.

동참 의사·이용자 적어… "사명감만으로는 한계"

그러나 지난달 기준 사업에 참여한 주치의는 609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절반에 가까운 275명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사업이 정착하려면 더 많은 의료진이 동참해야 한다. 장애인 참여율도 낮다. 전국 중증장애인 98만4,965명 중 0.24%인 2,434명만 등록했다.

김 원장 역시 "의사란 사명감만으로 동참하는 건 한계"라고 지적했다. 의사 입장에선 중증장애인이 이상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참여가 쉽지 않다. 의사가 1명밖에 없는 의료기관은 참여가 어렵고, 장애인 환자 때문에 일반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을까 부담스럽다. 장애인에게도 아직은 불편한 제도다. 앰뷸런스를 타고 이동하는 게 번거롭고, 병원에 가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의사의 가정방문 진료를 확대하고 관련 수가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방문 진료 수가는 12만 원 정도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새 정부에선 건강주치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진료 수가가 인상되면 의료기관의 참여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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