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번 주중으로 예상됐던 윤석열 정부 부동산 대책 발표를 연기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올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부동산 발언이 인수위 대책과 엇박자가 나면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인수위 설명이다. 대선 이후 약 한 달 만에 부동산 정책을 새로 짜는 것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인수위 단계의 중간 발표는 건너뛰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종합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방안에 무게가 실려 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부동산 정책 발표 시점이 상당 기간 늦춰질 것 같다”면서 “인수위 기간에 발표할 것인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질서 있게 발표하는 것이 맞는가를 놓고 고민하고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발표는 어렵다고 못 박은 것이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종합적이고 최종적인 결론을 발표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상당히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수위에서 부동산 정책 조율을 담당해온 추경호 기획조정분과 간사와 원희룡 기획위원장은 각각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두 사람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부동산 철학 검증의 장이 될 전망이다. 이에 원 수석부대변인은 “(인수위가 부동산 정책을 먼저 발표하면) 시장에 중복된 메시지가 전달돼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물론 이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부동산 시장이 최근 과열 조짐을 보이자 대책 발표 시점을 정치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선 이후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경신 사례가 잇따르는 등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인수위가 규제 완화 정책을 공식화하면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규제가 대단히 완화될 것으로 보고 매물을 오히려 거둬들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인수위 활동기간 안에 종합 대책을 발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안 위원장은 인수위 차원의 부동산 정책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아니니,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따로 발표할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인수위에선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는 원 후보자 발언을 1시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를 인수위 성과를 부각하려는 안 위원장과 보다 멀리 보는 윤 당선인 측의 주도권 경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