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책으로 서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실각을 거론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을 향해 정권교체 대상이라거나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언급한 것도 그런 속내를 보여준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옐친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지낸 안드레이 코지레프를 인용해 쿠데타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민 불만과 저항이 커져 제정러시아 차르처럼 푸틴이 축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성급해 보이는 관측 근거는 권력의 두 축인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 친위세력인 실로비키의 이탈과 갈등이다. 푸틴 정권은 실로비키가 국가경영을 맡고, 올리가르히는 경제를 장악하되 부 일부를 실로비키와 나누는 권력구조다. 하지만 올리가르히는 재산권 보장이 미비한 제도 탓에 이미 푸틴에게 무릎을 꿇은 상태다. CNN의 모스크바 지국장 출신인 에일린 오코너는 서구처럼 부가 영향력을 뜻해 올리가르히가 푸틴을 압박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했다.
□ 군과 정보기관, 경찰 출신의 안보엘리트인 실로비키와 푸틴의 긴장은 다른 문제다. 푸틴은 1998년 연방보안국(FSB) 국장 취임 이후 실로비키를 활용해 권력을 장악했다. 집권 22년 중 이들을 공개적으로 권력에서 추방한 적도 없다. 그런데 군의 얼굴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지지부진한 우크라이나 전황 때문에 푸틴 질책을 받고 2주간 사라졌다. 침공 첩보작전을 담당한 FSB 정보책임자들도 숙청됐고, 군부 라인은 교체됐다. 푸틴과 실로비키 사이 갈등 노출은 내부 권력의 균열을 뜻한다.
□ 하지만 러시아 탐사보도 언론인 안드레이 솔다노프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상반된 전망을 했다. 푸틴 체제는 흔들리지 않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철권통치는 오히려 강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푸틴의 가장 큰 위협은 군부가 아닌 FSB 세력이긴 하나 이들은 부패한 데다 권력을 장악할 능력이 없고, 푸틴처럼 민족주의, 국가주의를 선호한다. 푸틴이 50만에 달하는 이들 모자 벗은 공산당원으로 통제체제를 구축한 배경이기도 하다. 물론 장차 실로비키가 보기에 이해관계가 임계점에 달해 미래가 위협받으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솔다노프도 그때가 돼야 실로비키는 한발 물러나 ‘그것’을 묵인하거나 도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