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으로 미국·멕시코 국경서 결혼한 Z세대 부부

입력
2022.04.1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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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아 사크니우크·세멘 보브로프스키 20대 부부
우크라이나 키이우서 만나 
현지서 결혼하려다 전쟁으로 북미로 탈출
신랑 "타국서 결혼할 줄 생각지도 못해"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현지 여성과 러시아 남성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17일(현지시간) 텔레문도 등 멕시코 언론에 따르면 지난 13일 멕시코 북부 국경도시 티후아나에서 우크라이나 여성 다리아 사크니우크(27)씨와 러시아 남성 세멘 보브로프스키(29)씨가 결혼했다.

식장은 보호소에서 약 3마일 떨어진 낯선 타국의 등기소. 가족, 친구도 없이 치른 결혼식에서 신랑은 "다른 나라에서 결혼할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지금 이 순간,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둘의 가족은 영상통화로 식을 지켜봤다. 결혼증명서를 손에 든 부부는 환하게 웃었다.

부부는 2018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북미로 떠났다.

둘은 애초 미국에서 식을 올릴 계획이었으나, 미국 법에 막혀 무산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해서는 인도주의적 입국 허가를 내리고 있지만, 러시아인에겐 문을 닫았다. 러시아인이 미국에 들어가 망명 신청을 하려면 미국 내 가족이 필요해, 부부는 결국 멕시코에서 식을 올렸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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