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국면에서 '전략적 모호성'으로 몸값을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중단시킬 수 있는 의석 수 확보를 위해,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입법의 저지를 위한 입법연대를 제안하며 각각 정의당에 접근하고 있다.
정의당은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개혁에는 원론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외치고 있는 '4월 임시국회' 강행 처리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측에 법안 강행 처리 중단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 철회를 각각 요구하고 있다. 여영국 대표 등 당 지도부는 18일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하고 양측의 정면 충돌을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양측 중재를 위한 정의당의 자체 검찰개혁안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검수완박 입법 과정의 난관으로 꼽히는 필리버스터에 대해서도 아직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여 대표는 박 의장 면담 후 필리버스터에 대한 정의당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저희 당은 양당을 모두 만나 서로 양보해서 처리할 방안이 없는지 최선을 다한 뒤에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모호한 태도'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기 위해선, 민주당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무소속·소수 정당 표를 모두 끌어모아도 정의당 협조 없이는 정족수 180석을 채울 수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의당이 자신들의 편에 서주길 바라며 경쟁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에서 "지금 처리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정의당에 잘 설명하고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14일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정의당이 요구했던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에 국민의힘이 합의한 점을 들어 "앞으로도 독자노선을 고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의당에서도 검수완박 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터라 모호한 태도는 좀 더 유지될 전망이다. 찬성파는 윤 당선인이 최측근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한 만큼 민주당의 검수완박 명분을 외면하기 어렵고, 당론인 차별금지법 입법을 위해 민주당과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정의당은 2020년 12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앞두고 민주당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종결에 동참한 바 있다.
다만 검수완박 강행 처리에 동참할 경우 자칫 정치적 실익도 못 챙기고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책임 있게 판단할 문제이지 정의당과의 연대를 위해 평등법(차별금지법)에 접근하는 건 맞지 않다"며 차별금지법을 고리로 한 '입법연대'에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입법연대 논의 이전에 민주당이 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정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