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포스코홀딩스가 올 1분기(1~3월)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올렸다.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철강사들도 고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철강사들 속내는 편치 않다. 연초부터 치솟은 원자잿값 인상분을 2분기 실적부터 반영해야 하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경기 악화로 철강 수요는 줄어들 거란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1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21조3,000억 원, 영업이익은 2조3,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면서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증권사들의 포스코홀딩스 1분기 추정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조9,987억 원, 1조6,954억 원이었다.
오는 26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현대제철도 무난히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낼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증권가는 현대제철의 1분기 실적을 매출 6조5,907억 원, 영업이익 5,948억 원으로 추산한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95% 급증한 수준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정작 시장에선 기대보다 '신중론'이 앞선다. 철강재 주재료인 철광석과 연료탄 가격은 연초부터 급격히 올랐는데 이 같은 원재룟값 인상분은 2, 3분기 실적에 반영된다. 결국 1분기 깜짝 실적은 온전히 업황 호조에 따른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홀딩스 1분기 실적은 원재료 가격의 급격한 변동성과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이 만들어낸 해프닝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급등한 원가 부담을 뒤로 미룬 덕을 봤다는 것이다.
실제 철강제품 가격은 고객사와의 계약에 따라 길게는 3개월씩 고정돼 원재룟값 변동분이 제품가에 반영되기까지 1~6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 원재룟값 인상분이 본격 반영되는 3분기부터 실적이 내리막을 탈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 최근 주가가 부진한 것도 이 같은 시장의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업계의 가장 큰 걱정은 수요 감소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글로벌 철강 수요가 2.2% 증가할 것으로 지난해 10월 예상했지만, 최근엔 0.4%로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 한국의 철강 수요 전망치도 같은 기간 1.5%에서 1.2%로 낮췄다. 러시아 전쟁 사태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로 각국이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는 전방산업 경기에 예민한 철강업에 대형 악재다. 철강 시황의 지표로 통하는 중국 열연강판 유통가격도 연초대비 5% 오르는데 그쳤다. 그만큼 철강 수요가 뒤따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까지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해 원재룟값 변동성이 커졌는데 앞으로 기대만큼 철강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철강사가 모든 원가 부담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