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대기권을 비행하다

입력
2022.04.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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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인제뉴어티

화성 탐사 헬리콥터 '인제뉴어티(Ingenuity)'가 2021년 4월 19일 화성 표면을 수직으로 이륙, 39.1초간 동력 비행에 성공했다. 라이트 형제가 1903년 하늘을 난 지 118년 만에 지구 바깥 2억8,000만 ㎞ 천체에서 인류가 만든 물체가 이착륙과 정지 비행에 성공한 순간이다.

2020년 7월 미항공우주국(NASA·나사) 우주탐사로켓 '아틀라스V'에 실려 발사된 인제뉴어티는 키 49㎝ 무게 1.8㎏(지구 기준)에 폭 1.2m 회전 날개 두 쌍(네 개)을 장착하고 최고 5m 높이로 최장 90초간 300m를 날 수 있는 소형 무인 헬기(드론)다. 나사는 그 작은 비행체 제작에 약 25억 달러를 썼다.

회전익 비행체가 비행하려면 중력에 맞서 3가지 물리력, 즉 양력과 항력 추력을 지녀야 한다. 스스로 떠오를 수 있어야 하고(양력),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하고(추력), 나아가려는 힘에 맞서는 힘(항력)을 조절해야 정지비행이 가능하다. 중력은 이 모든 힘의 작용에 개입하는 상수적 힘이다.

문제는 지구와 화성의 대기환경 차이다. 화성 중력은 지구의 약 3분의 1이어서 떠오르는 데는 힘이 덜 들지만 공기 밀도가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해 양력을 얻으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인제뉴어티 날개는 같은 무게의 지구 드론보다 5배나 빠른 분당 2,400회 속도로 회전한다. 인제뉴어티에 장착된 태양광 패널과 축전지가 그 동력을 공급한다. 화성 연평균 기온은 영하 63도, 최저 영하 140도까지 떨어진다. 그 극한 환경에서 배터리와 동력 장치가 작동해야 한다.

인제뉴어티는 지상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의 한계를 보완하며 탐사 임무를 완수했고, 당초 예상된 수명(30일)을 넘겨 화성의 다른 지역 탐사 임무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최근 나사가 밝혔다.

나사는 핵에너지로 작동하는 8개 날개(octocopter)의 '드래곤플라이(Dragonfly)'를 제작, 오는 2026년 토성의 최대 위성 타이탄 탐사에 나설 예정이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