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결선투표 1주 남기고… '극우' 르펜, EU 자금 횡령 의혹 돌출

입력
2022.04.18 14:33
'유럽 관련 회의' 명목으로 정당 행사 여는 등
르펜 대표와 부친 등 4명 총 62만 유로 '횡령'
"프랑스 국민, EU의 대선 방해 속지 않을 것"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현직 대통령에 도전하는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의 꼴이 우습게 됐다. 유럽연합(EU)을 비판하면서도 EU 자금을 정치 및 개인 목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해당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사법당국이 검토한다는 소식에 르펜 측은 선거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프랑스 검찰은 17일(현지시간) EU 부패조사국(OLAF)이 지난달 11일 제출한 보고서를 근거로 르펜 대표 및 RN 관련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프랑스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는 OLAF의 보고서를 입수해 르펜 대표가 2004~2017년 유럽의회 의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EU 기금에서 13만7,000유로(약 1억8,200만 원)를 횡령했다고 전했다. 또 르펜 대표의 부친이자 RN의 전신 격인 국민전선(FN)의 장 마리 르펜 전 대표, 루이 알리오 전 FN 부대표, 브루노 골니쉬 전 FN 유럽의회 의원 등 르펜 후보와 연관된 3명이 총 48만6,000유로를 추가로 횡령했다고도 덧붙였다.

RN과 FN으로 흘러간 자금은 EU 관련 목적이 아닌 정당 행사 등의 용도로 사용됐다고 OLAF는 설명했다. 메디아파르에 따르면 르펜 대표는 지난 2010년 ‘유럽 지역과 금융 위기’라는 제목의 회의를 연다며 자당 소속 13명의 호텔 객실 비용으로 5,000유로를 청구했다. 그러나 이후 참석자 중 한 명이 유럽의회에 서한을 보내 “당 관련 사무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털어놨다. 유럽 관련 행사인 것처럼 꾸미기 위해 EU 깃발을 내걸고 증빙 사진을 찍었지만, 르펜 대표가 직후 “그 쓰레기를 치우라”고 말했다고도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르펜 대표는 지난 1월 “EU는 프랑스 국민을 무시하고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말하는 등 그간 반EU 노선을 강조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EU로부터 잇속만 챙긴 셈이다.

르펜 대표 및 RN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반발하고 있다. 르펜 대표의 변호사인 로돌포 보슬뤼는 AFP통신에 “10년이 넘은 오래된 일”이라며 “조작이라는 것은 놀랍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또 관련 조사가 2016년 시작됐고 르펜 대표는 지난해 3월 서면 조사를 받았다고 공개하면서, 메디아파르의 보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고 되레 역공했다. 조르당 바델라 RN 의장은 유럽1 라디오 인터뷰에서 “프랑스 국민들은 EU 및 EU 관련 기관이 대선을 방해하고 르펜 대표에게 해를 끼치려는 시도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기술된 다른 세 사람도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24일 실시되는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수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14~16일 프랑스 성인 1,6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지율 55.5%를 얻어, 르펜 대표(44.5%)에 11%포인트 앞섰다. 앞서 12~15일 실시된 조사 결과(마크롱 54%, 르펜 46%)때보다도 둘의 격차가 커졌고, 여전히 과반을 웃돈다.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는 1차 투표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치러지며 과반 득표자가 승리한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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