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정부·마리우폴 시 “끝까지 싸울 것”… 러시아 투항 요구 거부

입력
2022.04.18 01:16
"마리우폴서 우크라군 항전… 함락되지 않았다" 주장
우크라 총리 "외교적 해법 가능하면 협상 준비할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사실상 점령했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군에 최후통첩을 날렸으나, 우크라이나 정부와 마리우폴 시당국은 ‘결사항전’을 다짐하며 단호히 투항을 거부했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17일(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해 “마리우폴은 아직 함락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군은 여전히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제외한 마리우폴 전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소탕했다면서 이날 오전 6시(모스크바 시간)까지 투항하라고 시한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가 끝끝내 항복을 거부하자 시한을 오전10시, 오후 1시로 두 차례 연기하면서 회유하기도 했다. 슈미갈 총리는 “마리우폴에는 아직 우리 군과 병사들이 남아 있고 그들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아울러 슈미갈 총리는 “우크라이나 대도시는 단 한 개도 무너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남부 크림반도와 인접한 헤르손만 러시아군 통제 아래 있을 뿐, 다른 도시들은 여전히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이 방어하고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러시아군이 총공세를 예고한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교전이 격화하고 있지만, “항복할 생각 전혀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50일 넘게 러시아군에 맞서고 있는 마리우폴 시당국도 항전을 택했다. 페트로 안드리우셴코 마리우폴 시장 고문은 이날 텔레그램 성명에서 “러시아가 항복을 회유했지만, 우리 군은 계속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만 남은 우크라이나군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포위돼 있다’는 러시아 측 주장에 대해서도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전날 밤에도 제철소에서 5㎞가량 떨어진 지역에서 시가전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들에서 민간인이 대량 학살된 정황이 확인된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날 슈미갈 총리는 “외교적 해법이 가능하다면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을 멈추기 위해 준비할 것”이라며 협상 재개 여지를 열어뒀다. 단, 러시아가 협상에 나설 의지가 없을 경우 “우리는 조국과 가족, 이 땅을 떠나지 않고, 전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