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지탱하던 소값 급락... 사료값은 급등해 '이중고'

입력
2022.04.19 16:50
한우 사육두수 사상 최대치
소값은 1년 만에 20% 폭락
"10년 전 소값 파동 재연" 우려


한우 사육두수가 사상 최대치로 치솟으면서 한우 가격이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한우 소비가 유지되어 온 덕에 소 값이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한우 공급량이 늘고 일상회복이 임박하며 하락세로 급반전했다. 그 동안 지속적으로 사육을 늘려 왔던 축산농가는 곡물 가격 급등(애그플레이션)에 따른 사료값 폭등까지 겹쳐 '이중고'를 맞이했다.

적정 사육두수 초과→한우 가격 급락

19일 농협축산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14일 기준 한우 수소(600㎏) 1마리 평균 산지가격은 514만3,329원으로, 지난해 4월 한달간 평균 643만4142원보다 2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큰 암소는 10%, 수송아지(6, 7개월령)도 13%가량 가격이 내렸다. 지난해 한 때 400만 원에 육박하던 암송아지는 270만 원 내외로 폭락했다.

소 값 급락의 이유는 국내 한우 사육두수가 적정치를 크게 넘었기 때문이다. 적정사육두수가 정확하게 딱 정해진 것은 없지만, 대체로 축산당국은 사육두수가 300만 마리를 넘으면 소 값이 급락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국내 한우 사육두수는 지난해 9월 343만 마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추석과 설을 지나면서 지난달에는 338만 8,000마리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2020년 3월(303만8,000마리)보다는 11.5%, 지난해 3월(320만4,000마리)보다는 5.7% 늘어 있다. 평년(297만 마리)보다는 15.1%나 많다.

한우 사육이 급증한 이유는 2020년 2월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소고기 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축산농가가 송아지 생산을 지속적으로 늘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등으로 ‘집밥’을 해먹는 경우가 늘면서 동시에 한우소비도 증가했다. 반면 미국 호주 등 소고기 수출국의 물류난 등으로 수입 소고기의 유통량은 줄고 가격도 크게 올랐다. 한우가 반사이득을 본 셈이다.

가격 회복할 기미 안 보여

앞으로 가격 전망은 더 암울하다. 농업관측센터는 사육두수가 올해 9월 360만5,000마리, 내년 9월 367만5,000마리에 이르고, 이후 정점을 찍고 줄겠지만 2024년 말에도 여전히 358만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송아지 한 마리가 2만 원이라는 헐값에 거래됐던 2008년 '소 값 파동'의 악몽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는 전망이다.

소 값은 떨어지는데 사료값은 급등하면서 축산농가는 아우성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배합사료(농협 기준) 가격은 25㎏ 1포에 1만2,050원으로 2020년 말보다 22.4%나 올랐다. 풀이나 볏짚 등 조사료(섬유질이 많은 사료) 가격도 20~35% 급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남미 지역 이상 기온 여파로 2분기 중 20%가량 추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사료값 폭등에 따라 올해 한우 비육우(600㎏ 수소 거세우) 생산비는 767만4,000~792만5,000원에 달해, 이미 지난달 평균 한우 거세우 시세(767만6,000원)를 사실상 추월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임신기간이 280일인 소는 생후 30~33개월에 출하하기 때문에 수급조절이 쉽지 않다”며 “2, 3년 전부터 암소 감축 및 입식 자제를 요청했지만,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로 실패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파동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송아지 생산과 입식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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